DADA스튜디오에서 V커머스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사진제공=CJ오쇼핑
‘e커머스, t커머스, 그 다음은 V커머스?’ 최근 온·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새로운 영역으로 떠오르는 것이 ‘V커머스’이다. ‘영상(Video)’과 ‘상거래(Commerce)’의 합성어로, 모바일 환경에 특화된 1분가량의 짧은 동영상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하는 상거래를 말한다. V 커머스는 소비자가 모바일로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간접적으로 제품을 체험하는 듯한 효과를 주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CJ오쇼핑(035760)이 CJ E&M(130960)과 합병하면서 시너지를 낼 사업으로 글로벌 V커머스 콘텐츠부문을 꼽을 정도다. 전체 전자상거래에 견줘 작은 규모에 불과하지만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뜻이다. CJ오쇼핑 측은 통합 법인인 CJ ENM의 출범에 맞춰 베트남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V커머스 제작 센터를 여는 등 이 분야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글·이미지보다 영상”… SNS 익숙한 19~34세 겨냥 = 유통업계가 V커머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영상을 주로 활용하는 19세~34세 사이 젊은 층의 가능성 때문이다. 10·20대는 검색엔진에서 문자로 된 정보를 검색하기보다 유튜브에서 설명 영상을 보는 이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영상에 익숙하다. 이들은 글보다 이미지, 이미지보다는 영상에 최적화된 것이 특징이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의 ‘1934세대 온라인 영상콘텐츠 및 광고 시청 행태 조사’에 따르면 1934세대 중 90.2%가 SNS에서 유통되는 V커머스 영상을 최근 1개월 내 시청한 적이 있었다. 가장 많이 시청한 장르는 ‘리뷰·추천 영상’(60.5%)이었다. 영상을 보고 실제 제품 혹은 서비스를 구매하는 비율도 41.3%에 이르렀다. TV 콘텐츠를 보고 상품을 구매 한 비율(8.9%) 보다 최대 4배 높다.
V커머스 콘텐츠의 인기는 19~34세대가 좋아하는 특성을 정확히 공략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설명이다.
우선 재미를 느낄 만한 요소를 곳곳에 녹였다. CJ오쇼핑의 V커머스 채널인 ‘DADA뷰티’에서 제작한 만우절 기념 콘텐츠는 올라온 지 1주일 만에 조회수 1,000만 건을 웃돌며 입소문을 탔다. 업계 한 관계자는 “V커머스는 상품의 핵심 포인트를 직관적으로 짧은 영상에 담아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다”며 “또 상품 리뷰 포맷이 타인의 경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기 원하는 성향과도 들어맞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통 대기업들도 앞다퉈 V커머스 강화 나서= V커머스는 TV 광고보다 저렴한 제작비로 효율을 높일 수 있어서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더 매력적이다. V 커머스 전문 기업 ‘블랭크’는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블랭크가 지난 2016년 2월 기업 설립과 함께 론칭한 남성 화장품 ‘블랙 몬스터’의 영상이 SNS에서 6개월 만에 조회 수 1억 건을 넘겼으며 설립 3개월 만에 매출 15억 원을 돌파했다. 소셜미디어용 콘텐츠를 만드는 업체 메이크어스가 지난 2015년 론칭한 브랜드 ‘딩고’도 다양한 장르별 콘텐츠를 만들어 유통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딩고의 SNS 채널을 구독하는 이용자는 총 3,360만명에 이른다.
대기업들도 V커머스를 강화하고 있다. CJ오쇼핑의 ‘DADA스튜디오’는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네이버TV 등 다양한 SNS 플랫폼에 6개 카테고리의 채널을 운영하며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다. 월 200편 이상의 V커머스 콘텐츠를 제작하며, 국내는 물론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 등 총 6개국에 유통하고 있다. 채널을 론칭한 지 1년여가 흐른 지난달 말 기준 총 구독자 1,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 중 해외 구독자는 약 750만 명이다.
현대백화점(069960)의 온라인몰 현대H몰은 V커머스 플랫폼 ‘SHOW핑’을 운영 중이다. 30초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 제품의 장점을 흥미롭고 직관적으로 표현해 내는 ‘쓰담쓰담’, 40대 중년 남성의 시각으로 상품 후기를 전달하는 ‘아재 리뷰’, 아이들이 좋아하는 상품을 선정해 애니메이션 형태로 제작한 ‘H키즈’ 등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유명 크리에이터들의 소속사 ‘스타일D’와 손잡고 3분 분량의 동영상 리뷰 ‘히든박스’를 개시했다. SK플래닛의 11번가도 모바일 앱(App) 안에 다양한 쇼핑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유명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출연해 먹는 방송(먹방) 혹은 뷰티·메이크업 방송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베트남 호치민에 들어설 V커머스 스튜디오 ‘DADA스튜디오 베트남’의 전경. /사진제공=CJ오쇼핑
◇이미 국내는 좁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 염두에 두기도= 현재는 V커머스가 갓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시점이지만, 이미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고 움직이고 있다. CJ오쇼핑의 DADA스튜디오가 7월 오픈 예정인 ‘DADA스튜디오 베트남’이 대표적이다. CJ오쇼핑과 CJ E&M의 통합법인으로 오는 7월 출범할 CJ ENM이 글로벌 V커머스 시장에 크게 베팅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CJ오쇼핑 측은 베트남이 한류 열기와 모바일 이용률이 높고 고학력의 젊은 인재도 많은 점에 착안해 이 곳에서 저비용 고효율의 콘텐츠를 대량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동남아 및 세계 시장 전체를 타깃으로 유통시켜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CJ오쇼핑의 ‘DADA스튜디오’와 CJ E&M이 운영 중인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 네트워크 ‘DIA(다이아) TV’, 디지털 채널 ‘M2(엠투)’와 ‘스튜디오 OnStyle(온스타일)’이 힘을 합친다. 동남아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DADA스튜디오 베트남’이 희망 국가의 스타일에 맞게 제작한 V커머스 콘텐츠를 디지털 채널을 통해 현지 소비자에게 콘텐츠를 유통하는 형식으로 사업을 전개해나갈 예정이다. CJ오쇼핑 관계자는 “그간 모바일 영상을 중심으로 급변하는 미디어 소비 행태를 반영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기획해왔다”며 “CJ오쇼핑과 CJ E&M 양사의 합병 후 디지털 콘텐츠 및 채널 역량을 총동원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DADA스튜디오에서 제작한 V커머스 콘텐츠의 주요 장면들. /사진제공=CJ오쇼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