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 부진 탈출…'정의선 권역별 자율경영 실험' 통했다

수출 축소·美공장 감산 극약처방
18개월만에 月판매량 플러스 성장
산적했던 재고도 정상궤도로 진입
SUV 중심 라인업 재편 시장 공략
하반기 신형 싼타페 투입도 기대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18개월 만에 월 판매량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수출 물량 대폭 조정과 미국 공장 감산이라는 극단적 처방을 통해 산적했던 재고 역시 정상 궤도로 진입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주도로 올해 1월부터 도입했던 권역별 자율경영 실험이 일단 빛을 보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으로 제품 라인업과 생산 기반을 구축해 미국 시장의 실적 회복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5월 한 달 동안 미국 시장에서 총 6만6,056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0.1% 늘어났다. 기아차 역시 5만9,462대로 1.6% 증가했다. 현대·기아차 합산 판매량은 지난해 5월보다 5.9% 늘어 2016년 11월 이후 18개월 만에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고무적인 부분은 5월 미국 자동차 시장 전체 성장률(4.7%)을 웃돌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0% 이상 꼬꾸라졌던 실적이 5월을 기점으로 개선세로 돌아섰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올해부터 도입한 권역별 자율경영 체제가 미국 시장에서 통했다고 평가한다. 올해 초 현대차 미국 법인은 재고 소진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지난해 판매 부진 여파로 앨라배마 공장은 물론 로스앤젤레스(LA) 부두 인근에도 팔리지 않고 쌓여 있는 현대차들이 즐비했기 때문. 현대차는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던 물량을 1월부터 20% 이상 줄인 데 이어 앨라배마 공장 역시 감산에 돌입하는 등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판매 현장에서는 차량 구매 시 보조금을 높인 동시에 구매 후 3일 내 변심하더라도 전액을 환불해주는 ‘쇼퍼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미 전역으로 확대하는 강수를 뒀다. 그 결과 지난해 8월 4.6개월에 달했던 현대차의 재고 개월 수는 올 4월 3.5개월로 줄었고 기아차 역시 1월 5.1개월에서 4월 3.8개월로 개선됐다. 권역별 자율경영 체제에서 미국법인 주도로 생산과 판매, 이익을 모두 고려해 의사 결정한 덕분이다.

다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들어 5월까지 미국 시장 누적 판매대수는 50만7,988대로 지난해보다 4.4% 감소했다. 5월 한 달은 개선됐지만 이 역시도 지난해 실적이 저조했다는 기저 효과의 영향이 크다.

SUV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편해 판매 회복세를 키우겠다는 게 현대차 전략이다. 현재까지의 성적표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다. 5월 실적 개선은 SUV 판매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40.8% 증가한 덕분이다. 준중형 SUV 투싼의 경우 5월 판매량(1만2,991대)이 1년 전보다 22.6%나 늘었다. 현대차는 2020년 전후로 투싼을 앨라배마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 2월 미국 시장에 출시한 소형 SUV 코나 역시 누적 판매량이 5,000대를 넘어서며 안착하는 모양새다.

신차 효과도 기대된다. 하반기 신형 싼타페가 미국 시장에 투입된다. 내년에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대형 SUV를 미국 시장에 출시하고 제네시스 역시 첫 SUV 모델인 GV80을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신차 투입을 포함한 전략의 성공 여부가 현대차 승부수인 권역별 자율경영의 승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경우·조민규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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