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첫 방송된 ‘두니아’는 가상의 세계 두니아에 떨어진 출연자들이 만들어가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담은 언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 이날 방송에서는 두니아에 처음 들어오게 된 동방신기 유노윤호, 권현빈, 정혜성, 샘 오취리, 우주소녀 루다의 모습이 그려졌다.
사진=MBC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
이들은 현실 세계에서 일상을 보내던 중 갑작스레 두니아로 끌려 들어왔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이들은 생존을 위해 두니아를 탐험하기 시작했다. 각자의 장소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이들은 마침내 한 자리에 모였고, 이들 앞에 거대한 공룡의 발이 등장해 위기를 예고했다.
‘두니아’는 설정과 리얼리티를 오가는 독특한 전개로 초반부터 신선함을 이끌어냈다. 가상 세계에 들어선 출연자들은 당황스러워하며 설정에 충실했지만, 이후 행동들은 리얼한 반응이었다.
후반부에는 문자투표를 통해 출연진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방식이 적용돼 시청자들이 직접 게임을 진행하는 듯한 느낌을 전하기도 했다. 예능과 드라마, 게임을 오가는 ‘두니아’의 색깔은 기존의 예능프로그램들과의 차별점을 확실하게 구축했다.
문제는 자막에서 비롯됐다. ‘두니아’는 첫 장면부터 “엠비씨 6월 개편을 맞이하여 전사원이 야심차게 준비했습니다^^:: 온 가족이 모여서 재미있게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새로움을 탐험하는 엠.비.씨.”라는 자막을 띄워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어 인물들의 말을 설명하는 자막에서는 “아라쬬??” “넹” 등과 같은 단어가 사용됐고 의성어를 들리는 대로 받아적은 자막이 등장하기도 했다. 기존의 예능프로그램에서 쓰이던 보편적인 자막의 스타일을 완전히 벗어난 ‘두니아’의 자막은 그야말로 ‘파격’ 그 자체였다.
굴림체로 화면 하단에 등장하는 자막은 불법 다운로드 영화에 쓰인 자막을 연상케 했다. 또 맞춤법에 어긋난 글자들은 물론, 이모티콘과 신조어까지도 대거 사용됐다. 지상파 프로그램의 자막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만큼 파격적인 내용과 형식의 자막은 시청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방송이 끝나고 시청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일부 시청자들은 기존의 형식을 타파한 파격적인 시도에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한 편에서는 인터넷 방송 같은 가벼운 프로그램의 분위기가 지상파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다.
시청률 역시 아쉬움을 남겼다. 아이돌 멤버부터 배우까지 다양한 팬층을 확보할 수 있는 라인업으로 화제를 모았음에도 ‘두니아’는 첫 방송에서 3.5%라는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작인 ‘오지의 마법사’의 마지막 방송 시청률인 5%에도 미치지 못했고, 경쟁작인 SBS ‘집사부일체’와는 3배 가까이 낮은 수치다.
방송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던 ‘두니아’는 낮은 시청률에 자막을 향한 부정적인 반응까지 이어져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파격적인 프로그램의 색깔을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키는 것이 ‘두니아’가 당면한 가장 큰 숙제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