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전단채' 이틀새 반토막...단기채 펀드런 초읽기?

'지켜보자'던 개인들도 환매 고려
KTB전단채펀드서 2,000억 증발
뭉칫돈 몰린 초단기채시장도 긴장


중국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단기채 펀드들의 펀드런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 펀드의 경우 영업 일수 기준 이틀 동안 설정금액의 절반인 2,000억원이 빠져나갔다. 기관 자금이 빠지면서 증권사 등 판매사들이 개인 투자자에게 환매를 권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추이를 지켜보던 투자자들도 환매를 고려해 자금 유출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여타 단기채 펀드들에도 리스크를 감지한 투자자들이 돈을 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5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이 보증하는 회사채가 디폴트를 내면서 회사채를 담았던 KTB자산운용의 ‘KTB전단채 펀드’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4일까지 약 2,076억원이 환매됐다. 주말이 끼어 영업 일수로는 이틀에 불과하다. 해당 펀드는 지난달 30일까지 설정액이 4,000억원에 달했으나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규모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해당 펀드를 판매하는 증권사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환매를 문의하는 전화가 꾸준히 걸려와 5일 추가 환매 규모도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펀드는 CERCG가 지급보증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200억원(전체 포트폴리오의 5%)가량 투자했지만 최근 해당 ABCP의 기초자산에서 디폴트가 발생하면서 수익률이 급격히 하락했다. 운용사는 부실자산 발생 가능성으로 펀드 환매를 연기한 후 지난달 31일부터 환매를 시작했다.

KTB자산운용 측은 사건 발생 직후 자본시장법 등에 따라 부실자산의 80%를 상각했다. 펀드 전체 순자산 4,000억원 중 부실채권은 200억원으로 80%를 상각할 경우 대손금액은 160억원이다. 투자자가 상각하고 환매하면 손실은 4% 수준이다. 당초 일부 가입자들은 초단기채 펀드에서 -4%는 큰 손실이라고 판단해 펀드 보유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펀드를 환매하지 않고 보유한 투자자는 향후 부실로 상각한 자산 160억원에 대한 회수가 이뤄지면 이 금액이 펀드에 환입돼 4% 하락한 부분의 손실이 기준가에 반영된다. 하지만 초단기채권 펀드의 경우 은행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수준의 수익률을 담보하면서 원금을 보장하는 유형의 상품이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하면 수익률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높다. 또한 상각한 자산이 회수될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은 만큼 투자자들이 환매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환매 행렬이 자칫 단기채 펀드 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23개 초단기채 펀드에서는 최근 일주일간 899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한 달간 유입된 자금 1,577억원의 절반가량이 한 주에 빠져나간 셈이다. 특히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북미 관계가 긴장과 화해를 거듭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하면서 최근 3개월간 초단기채 펀드에는 1조6,000억원의 자금이 몰린 만큼 시장에서는 ‘펀드런’ 공포가 커지는 상황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면 운용사가 보유하고 있는 회사채를 시장에 내놓아 해당 채권의 가격이 떨어질 수 있고 이는 다시 펀드 수익률 악화로 이어진다”며 “가입자 중 거액 자산가도 있지만 전세금, 만기 적금 등 소액 목돈을 투자한 사례도 많아 지점에서는 환매를 권유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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