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해외배당이 사상 최대인 75억7,0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배경에는 우리 기업의 수익성 개선과 외국계 투자자들의 배당 확대 압박, 원화 강세 등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가 해외에 지급한 배당금은 역대 최대인 반면 지급받은 배당금은 제자리를 유지하면서 배당소득수지도 사상 최고치인 65억1,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의 순이익이 늘어나고 외국인 주식투자 유입으로 외국인 지분 비중까지 확대되면서 배당으로 인한 자본유출이 확대됐다. 단기 수익을 노리는 외국인 주식 투자자들의 배당 확대 요구가 해외 자본유출과 경상수지 흑자 규모 축소로 이어진 셈이다.
한반도 해빙무드로 다른 신흥국 통화와 달리 원화만 나홀로 강세를 이어가자 외국계 기업들도 대거 배당을 늘렸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 배당을 확대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대내외적으로 배당 확대 압박이 커지면서 설비투자나 위기대비용으로 확보해야 할 자금을 배당으로 돌리면 기업의 생존 여력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배당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해외에 유보해둔 자금까지 끌어썼다는 정황증거도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해외 현금 및 예금 자산은 전년대비 76억9,000만달러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액이 7배 가까인 많다. 이는 기업들이 배당금 확보를 위해 해외은행 계좌에서 돈을 인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수출액(515억1,000만달러)로 1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입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은은 향후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다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5월부터는 배당 규모가 줄어드는데다 유커의 귀환으로 여행수지 적자폭이 크게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여행수지는 10억9,000만달러 적자로 16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인 입국자가 전년보다 60.9% 증가하며 여행수입이 대폭 늘어난 탓이다. 최 팀장은 “ 4월에 배당 지급이 많이 나가는 경향이 있어 경상수지가 줄어들지만 5∼6월엔 경상수지 흑자가 다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