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에 느닷없는 수리온 헬기?…‘두테르테를 위한 작은 방산전시회’

국내 방산기업 무기들 둘러봐
"성능 뛰어나다고 들었다. 사고 싶다"알려져



5일 국방부 청사 앞 잔디 광장에 마련된 한국산 방산 제품을 둘러본 두테르테(가운데) 필리핀 대통령이 서주석 국방부 차관과 전제국 방위사업청장 등에게 소감을 말하고 있다./권홍우기자

5일 오전 오전 9시 45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앞 잔디 광장. 굉음이 일더니 국산 수리온 헬리콥터 한 대가 내려 앉았다. 국방부 코앞의 헬기 착륙은 신청사 완공(2003년) 이래 처음이다. 15년 만에 새로운 기록을 갖게 된 이유는 진객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방한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수리온 헬기 실물을 보고 싶다’고 요청했기 때문. 수리온 헬기에 관심이 컸으나 일정이 빡빡해 생산 공장이나 일선 부대를 가지 못한 두테르테 대통령을 위한 배려다.

정부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여 경기도 포천 군부대에 있는 수리온 헬기 1대를 국방부로 불러들였다. 특이하게도 이번에는 착륙지가 달랐다. 국방장관이나 군 장성들이 항상 이용하는 주한미군 관할 헬기장 대신 청사 앞 잔디광장을 이착륙 겸 전시장으로 활용했다. 국방부는 별도 부스를 마련해 수리온 헬기를 임무에 따라 개조한 상륙, 해경, 의무, 소방, 산림, 경찰헬기의 모형도 함께 선보였다.


국방부 청사 앞 잔디 광장에 S&T 모티브와 다산기공 등 국내 2개 총기류 메이커가 제작한 각종 군용 소총과 LIG 넥스원이 생산하는 미사일과 어뢰, 한국형 GPS 유도폭탄 (KGGB:Korea GPS Guide Bomb) 등도 함께 전시됐다. 두테르테를 위한 작은 방산전시회가 열린 셈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형 할인점 방문 일정을 취소해가며 예정보다 이른 4시 30분에 국방부를 방문, 전시된 무기들을 40분간 둘러봤다. 가장 먼저 수리온 헬기를 찾아 조종석에 오른 두테르테 대통령은 “성능이 뛰어나다고 들었다. 사고 싶다”는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S&T 모티브 전시장에서 전시된 K-1A 소총을 보자마자 “(디바오) 시장으로 재임하던 1997년 싸봤다”며 국산 소총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필리핀은 육군 조병창을 총기 생산 공장으로 변모시키려는 장기계획에 한국의 참여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은 우리나라 경(輕)공격기 FA-50 12대와 2,600t급 호위함 2척도 수입해 한국의 유력한 방산 수출 시장으로 손꼽힌다. 필리핀은 최근 FA-50 12대 추가 구매와 105㎜ 차륜식 자주포, 신형 경전차 등의 신규 구매와 UH-1H 헬기, T-103 초등훈련기, 포항급 초계함 및 참수리급 초계정, 구룡 다련장 로켓 등의 무상 공여 계획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본지 6월 2일자 8면 기사 참조)

필리핀은 내부 반군 세력과의 전투와 마약 세력 소탕전, 최소한의 대 중국 방어력 확충이라는 세 가지 방향의 군사 목적을 위해 오는 2017년까지 3단계 군 현대화 작업을 가속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박 3일 간의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늦게 귀국 길에 올랐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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