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중국 법인 베이징현대(BHMC)가 현지 합작사인 베이징기차공업투자유한공사의 반대로 두 달간 소형차 생산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형차는 만들어도 잘 팔리지도 않고 수익성도 나쁘니 대신 고급차를 더 만들라는 합작사의 요구다. 베이징기차는 또 현대차(005380)에 현대모비스(012330)의 부품 대신 중국 부품을 사용해 차 값을 낮추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공장 가동 중단 사태까지 치달았던 합작사와의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관련기사 8면
7일 투자은행(IB) 업계와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베이징현대는 지난 3~4월 소형 세단 루이나(CB)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베르나로 더 알려진 루이나는 지난해 9월 현지 출시된, 비교적 신차다. 하지만 예상보다 판매가 저조하자 현지 합작사인 베이징기차는 차량 생산 중단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올해 1~4월 루이나의 판매량은 3,86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121대) 대비 3분의1로 급감했다. 루이나는 5월부터 정상 생산에 돌입했지만, 언제든 다시 베이징기차가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처지다.
베이징기차는 또 4월부터 판매에 돌입한 ‘엔씨노(코나)’를 비롯해 주요 차량 가격이 너무 높다며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 마련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베이징기차는 베이징현대의 지분 50%씩을 갖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2003년 베이징현대 출범 후 현대차가 완성차 기술력에서 우위에 있어 그동안은 주도권을 잡았지만 판매 부진과 수익성 악화에 주도권을 내주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베이징기차와 다임러그룹과의 합작법인인 베이징벤츠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현대차 입지가 빠르게 축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강도원·조민규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