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 모인 하원의원들/UPI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7일(현지시간) 중국 통신업체 ZTE(중싱통신)의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밝히자 미 의회가 즉각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ZTE 제재 해제를 차단하는 초당적 법안을 제출하고, 민주당의 상원 사령탑인 척 슈머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거액의 벌금 납부 등을 조건으로 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던 미 상무부와 ZTE의 합의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 2위 통신장비업체이자 미국 내 스마트폰 판매 4위에 오른 ZTE는 국제사회의 이란과 북한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 4월 7년 동안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를 받은 바 있다. ZTE는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부품을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미국의 제재 이후 문을 닫을 위기에 몰린 상태다.
공화당 톰 코튼·민주당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은 이날 ZTE에 대한 제재 해제 합의를 무력화하고 제재를 원상 복구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수정안은 또 정부 부처와 기관이 ZTE 제품은 물론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인 중국의 화웨이로부터도 통신장비를 구매할 수 없게 하고, 이들 기업에 대한 정부 대출이나 보조금 제공도 금지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물밑 협상을 통해 ZTE를 구제하려다 선두 업체인 화웨이까지 유탄을 맞는 더 큰 위기에 처하게 된다.
다만 다수당인 공화당이 이 법안에 얼마나 찬성할지는 미지수다. 물론 미 의회는 중국 통신업체들의 공격적인 미국 진출에 경계감과 우려를 드러내 왔으며, 공화당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은 중국 통신업체들의 장비가 간첩 행위에 이용된다는 주장까지 내놓은 바 있다.
앞서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CNBC 방송에 출연해 ZTE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ZTE는 미 정부에 벌금 10억달러(1조695억 원)를 납부하고 4억달러(4,274억원)를 보증금 성격으로 결제대금계좌(에스크로)에 예치해야 한다. 만약 ZTE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 규정을 위반하면 4억달러는 몰수된다. 또 ZTE의 경영진과 이사회를 30일 이내에 교체하고 ZTE 사내에 미국 조사팀을 투입해 법규 준수 등의 여부를 직접 감시하도록 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