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납득 어려운 고용부의 '최저임금 후폭풍' 해명


서울경제신문은 올해 4월 말까지 임금을 결정한 100인 이상 사업장 741곳의 임금 인상률이 5.6%로 15년 만에 가장 높았다고 최근 보도했다. 올해 최저임금을 16.4%나 올리면서 비교적 대규모 기업들의 임금에도 상승 압력을 가했다는 분석이다. 그러자 고용노동부는 7일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연도별이 아닌 매년 4월 말 기준으로 보면 올해 상승률은 지난 2000년 7.0%, 2002년 6.1%, 2003년 6.5%, 2012년 5.7%에 이은 다섯 번째라는 주장이다.


연도가 아닌 월별로 보면 올해 임금 인상률은 ‘15년 만에 가장 높은 게’ 아니라 ‘2000년 이래 다섯 번째로 높아서’ 보도내용이 틀렸다는 고용부 해명은 다소 황당하다. 고용부 통계대로 4월 말 기준으로 올해보다 임금 인상률이 높았던 해는 IMF 외환위기 직후 호황기(2000~2003년)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호황기(2012년)뿐이다. 올해가 그런 호황이 아닌데도 임금 인상률이 높다면 원인을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돌리는 게 합리적이다. 최저임금은 노사가 임금을 결정할 때 참고하는 주요 지표다.

결국 고용부가 보도 반박을 위해 내놓은 수치가 보도 내용을 뒷받침한 꼴이다. ‘첫 번째’를 ‘다섯 번째’로 바꿔 최저임금 후폭풍의 책임을 피하려 했지만 실패한 듯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인상률이 왜 높은가”라고 묻는 기자에게 “올해 상반기는 수출 등 경기 지표가 좋았고 대체로 연말에 이를수록 임금 인상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이 임금 인상률의 한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영향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지표를 보면 경기는 좋다고 할 수 없다. 임금 인상률은 고용부가 확인하지 못한 ‘그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고용부가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문제를 외면하는 사이 기업들은 불황 속 고인건비에 고통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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