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넹키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블룸버그
“잘못된 경기부양책으로 미국 경제는 2년 후 절벽에서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이 2년 뒤 종료되면 미국 경제는 급격한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이날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미국 경제가 이미 완전고용 상태라는 점을 강조하며 “트럼프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매우 잘못된 시점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용이 호조를 보이는 지금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펴면 정작 경기가 둔화될 때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미 행정부는 1조5,000억달러 규모의 개인·법인세 감면과 3,000억달러 규모의 재정지출 확대정책을 펴고 있다.
그는 “경기부양으로 미 경제는 올해와 내년 큰 폭으로 성장하겠지만 오는 2020년에는 절벽에서 떨어지는 ‘와일 E 코요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와일 E 코요테는 미국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로 달리기를 잘하는 새 ‘로드 러너’를 잡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다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등 수모를 당하고는 한다. 경제여건을 보지 않고 무분별하게 부양책을 쓰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향한 경고인 셈이다.
이날 제이컵 루 전 재무장관도 마켓워치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경기부양책은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앞으로 좋지 못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불이 다 타고나면 높은 금리와 향후 경기둔화에 대처할 수단 부족, 재정적자 증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 상승이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실업률은 지난 3월 현재 3.8%로 50여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연준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는 등 경기 과열 조짐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경기부양 효과가 올해와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3.3%와 2.9%로 끌어올리는 반면 2020년에는 성장률이 1.8%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