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 격전지를 가다-경북] 변화의 바람 부는 포항

경북 최대 도시 포항, 민심 양분
"한국당 해준 거 없어, 바뀌어야"
"미워도 다시 한번, 한국당찍자"

[6·13지방선거 격전지를 가다-경북] 변화의 바람 부는 포항
8일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 입구에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플래카드가 걸려있다./포항=박우인기자

“한국당 버르장머리 한번 고쳐야 않겄나.” “여기 디비질 일(뒤집어질 일) 없다.”

6·13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9일 경북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그간 경북 지역은 단 한 번도 진보 후보에게 허락되지 않은 ‘보수의 아성’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세력이 구심점을 잃으면서 대구·경북(TK)도 격동의 시기를 맞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TK에서 약진할 경우 이어질 총선과 대선에까지 후폭풍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선거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을 배출한 대표적인 보수의 거점이며 경북 유권자의 약 20%가 밀집된 도내 최대 도시 포항의 민심은 향후 TK의 운명을 가늠할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6·13지방선거 격전지를 가다-경북] 변화의 바람 부는 포항
8일 경북 포항시 죽도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시민들이 지방선거 후보자 선거 벽보를 보고 있다./포항=연합뉴스

지난 8일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직장인 김진규(42)씨는 “1번 찍으려고 왔다 아입니까. 여(여기) 30·40·50대 전부 1번 찍을 깁니다”라고 변화된 민심을 귀띔해줬다. 반면 죽도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62)씨는 “아무리 한국당이 몬한다 해도 여 사람들은 다 2번 찍을 끼라에”라고 ‘이변’이 없음을 자신했다.


이날 만난 포항 시민들의 표심은 과거 보수 후보에게 몰표를 주던 때와 달리 심하게 요동쳤다. 실제 지상파 방송 3사가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리서치 등에 의뢰해 이달 2~5일 조사(각 시도 거주 800~1,008명 대상·신뢰수준 95%·표본오차 3.1~3.5%포인트)한 결과에서도 오중기 더불어민주당 후보(21.8%)가 예상을 깨고 이철우 자유한국당 후보(29.4%)와 접전을 벌였다.

변화의 진원지는 박근혜·이명박 대통령의 잇단 구속과 보수정권 8년간 침체한 지역 경제에 따른 배신감이다.

포항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송모(67)씨는 “여가 한나라당 때부터 이명박이랑 형 이상득이 다 해먹었다 아닝교”라며 “여 사람들이 계속 믿어줬는데 포항 지진 났을 때 성금을 한 푼도 안 낸 기라. 배신감이 크다”고 강조했다. 포항 우현사거리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던 박진태(52)씨도 “이명박이 포스코 완전 지그들 맘대로 해갖고 망쳐놨다 아이가”라며 “다음에는 뽑아주더라도 이번에는 한국당 못된 버릇 한번 고치자는 말이 많다”고 강조했다.

[6·13지방선거 격전지를 가다-경북] 변화의 바람 부는 포항
8일 경북 포항시의 한 도로 인근에 경북지사 후보자 플래카드가 걸려있다./포항=연합뉴스

변화가 시작됐다고 해도 포항에서 보수 세는 여전히 강했다. 특히 현 정부여당의 지역 홀대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죽도시장에 장을 보러 온 박모(65)씨는 “포항에 지진 났을 때 담이 무너지고 집도 기울어졌는데 정부가 꼴랑 100만원만 줬다 아입니까”라며 “막말로 전라도 광주 같은 데서 지진 나면 이렇게 했겠습니까”라고 서운해했다. 포항역에서 만난 김기영(72)씨는 “요즘 아들이 배가 불러서 그렇지 박정희 대통령 때문에 우리가 잘 먹고 살게 된 거 아이가”라며 “나는 무조건 한국당 찍을기라”고 말했다.

급변하는 환경에 아직 찍을 후보를 선택하지 못했다는 유권자도 많았다. 자영업을 하는 김모(75)씨는 “한국당이 잘 몬 하고 있는 것은 맞기는 맞는데 그렇다고 민주당도 뭐 잘하는 게 있나”라며 “이번 선거는 진짜로 뽑을 사람이 없데이”라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포항=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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