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 관계 악화에도… 대만 스타트업 ‘큰 손’ 떠오른 알리바바

스타트업 박람회 '이노벡스' 가장 넓은 공간
AI·e커머스·헬스케어 등 23개 투자사와 참여
한국 코트라, 유안타와 손 잡고 9개사 지원

알리바바 대만 투자법인이 대만 타이페이국제무역센터(TWTC) 3전시관에 마련한 투자사 소개 공간에 지난 7일 관람객이 들어차 있다. 알리바바 대만 투자법인은 ‘타이트라’가 주관하는 스타트업 박람회 ‘이노벡스’에 현지 23개 투자사와 처음으로 참여했다. /타이페이=지민구기자

마윈 회장이 이끄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중국 ‘알리바바’가 대만 스타트업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하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 집권 후 양안관계 악화에도 대만의 스타트업 박람회에 대규모 전시관을 내는 등 정치적 환경에 개의치 않고 중화권 전반으로 투자 영역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9일 대만의 무역투자 담당 기관 ‘타이트라’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대만 투자법인은 올해 처음으로 이노벡스에 23개 투자사와 함께 공동 전시관을 냈다. 이노벡스는 타이트라가 주관하는 아시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박람회 ‘컴퓨텍스’와 함께 열리는 행사로 올해 3회째를 맞았다. 올해는 21개국에서 388개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알리바바는 지난 2015년 11월 홍콩과 대만에 각각 스타트업 발굴을 위한 투자사를 설립했다. 대만 지역 투자 펀드는 100억대만달러(약 3,600억원) 규모로 홍콩(10억홍콩달러·약 1,360억원)과 비교하면 2.5배 많은 금액이다. KOTRA 타이페이 무역관 관계자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알리바바 펀드가 대만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알리바바 대만 투자법인이 대만 타이페이국제무역센터(TWTC) 3전시관에 마련한 투자사 소개 공간에 지난 7일 관람객이 들어차 있다. 알리바바 대만 투자법인은 ‘타이트라’가 주관하는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박람회 ‘이노벡스’에 현지 23개 투자사와 처음으로 참여했다. /타이페이=지민구기자

실제 이노벡스가 열린 타이페이국제무역센터(TWTC) 3전시관에서 알리바바의 대만 투자법인은 중앙에서도 가장 넓은 자리를 확보했다. 알리바바가 투자한 대만 스타트업의 사업 영역은 인공지능(AI)부터 전자상거래(e커머스)·블록체인(분산 저장 기술)·헬스케어·게임(e스포츠) 등 다양하다. 전시관에서 만난 알리바바 대만 투자법인 관계자는 “이들 스타트업의 기술을 알리바바 그룹의 1개 이상 플랫폼에 반드시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알리바바의 막강한 플랫폼을 타고 대만과 중국 본토를 넘어 전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다.

반도체나 PC 등 ICT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만은 최근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적극적인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박한진 KOTRA 타이페이 무역관장은 “대만은 일반 시민도 기업가 정신을 높은 가치로 두는데다 중소기업 규제 수준이 비교적 낮은 편이어서 스타트업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정부는 대규모 공연 시설인 ‘타이베이 아레나’를 스타트업 육성 공간으로 개조해 조만간 ‘타이완 테크 아레나’로 신규 개장할 예정이다. 이 지역은 인근에 금융사와 공항이 위치해 스타트업이 활동하기에 유리한 환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KOTRA 타이페이 무역관과 유안타증권이 대만 타이페이국제무역센터(TWTC) 3전시관에 마련한 한국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소개 공간에 지난 7일 관람객이 들어차 있다. KOTRA와 대만에 뿌리를 둔 유안타증권이 협업을 통해 공동으로 전시관을 내고 스타트업을 지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타이페이=지민구기자

반대로 대만에 뿌리를 둔 유안타증권은 이노벡스를 통해 한국 스타트업의 중화권 진출을 돕는 일에 나섰다. 올해 처음으로 KOTRA 타이페이 무역관과 함께 유망 스타트업 9개를 이끌고 이노벡스 전시관을 낸 것. 카메라 촬영 애플리케이션 운영사 ‘소브스(SOV)’와 전용 안경이나 장비 없이 케이스만으로 스마트폰에서 가상현실(VR) 영상물을 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모픽(MOPIC)’ 등이 대표적이다. 정인호 유안타증권 기업금융본부장은 “이들 스타트업이 대만을 비롯한 중화권에서 자금을 마련하고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타이페이=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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