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대회 우승 없는 세계 1위는 늘 부족하다고 자신에게 말해왔다.”

시모나 할레프(1위·루마니아)가 프랑스 오픈 테니스대회에서 마침내 ‘메이저 무관’의 한을 풀었다. 할레프는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슬론 스티븐스(10위·미국)에게 2대1(3대6 6대4 6대1)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전까지 투어 대회에서 15승을 거둔 할레프는 메이저대회 우승과는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4년과 2017년 프랑스 오픈, 올해 호주 오픈에서 결승에 진출했지만 세 차례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메이저 여자단식 결승 3전 전패는 할레프가 역대 5번째일 정도로 흔치 않은 기록이었다. 생애 첫 메이저 우승으로 ‘무관의 여제’라는 꼬리표를 떼어낸 그는 우승상금 220만유로(약 27억8,000만원)를 챙겼다. 루마니아 선수의 메이저 여자단식 우승은 1978년 버지니아 루지치 이후 40년 만이다.

이날도 할레프의 우승은 쉽지 않았다. 1세트를 3대6으로 내줬고 2세트도 게임스코어 0대2까지 끌려갔다. 그러나 이후 반격에 나서 6대4로 2세트를 가져오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기세를 이어 3세트를 6대1로 가볍게 마무리했다. 할레프는 2세트 4대4에서 3세트 5대0까지 7게임을 연달아 따내는 집중력이 돋보였다. 지난해 이 대회 결승에서 옐레나 오스타펜코(5위·라트비아)를 상대로 1세트를 먼저 따내고 2세트 게임스코어 3대0까지 앞서다 역전패했던 아픔을 정반대 양상으로 씻어낸 셈이 됐다.

168㎝의 키로 세계랭킹 10위 이내 선수들 중 최단신인 할레프는 빠른 스피드로 보완해 특히 리턴 게임에 강세를 보여왔다. 신체 조건이나 파워보다는 다른 선수들의 샷을 미리 예측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피드와 스윙 궤적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2009년 가슴 축소 수술을 받은 일화는 잘 알려진 얘기다. 2008년 프랑스 오픈 주니어 단식을 제패한 뒤 성인 무대로 진출한 그는 세계 300위권에 머물다가 수술 이후 투어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고 지난해 10월 처음 세계 1위에 올랐다. 할레프는 “14살 때부터 메이저 우승의 꿈을 가졌고 이왕이면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