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역 옥상에서 바라본 터파기 공사 중인 청량리 4구역 전경. /이재명기자
“답십리 뉴타운의 규모와 깔끔한 모습에 계약하러 왔다가 길 건너편 새빨간 홍등가가 대놓고 있는 걸 보고는 ‘엄마야~’ 놀라면서 발길을 돌리곤 했었지요. 이제 이 자리에 65층짜리 랜드마크가 들어선다니 그야말로 청량리가 상전벽해네요.” (전농동 H공인중개소 대표)
청량리역 일대가 재개발과 교통망 확충에 힘입어 서울 동북부 중심지가 부상하면서 전농동, 답십리동 일대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입주를 앞둔 한 전농동 아파트의 전용면적 84㎡짜리 분양권이 최근 9억7,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청량리에서도 10억 아파트 시대가 임박했다.
10일 서울 청량리역 일대 부동산 업소에 따르면 일대 아파트 시세가 신고가를 잇따라 경신하고 있다. 청량리역 인근에서 2013년 4월 들어선 래미안크레시티 아파트는 전용 84㎡의 지난 3월 실거래가는 9억 3,000만원을 찍었다. 올해 1월 7억8,000만원에 비해 1억5,000만원이 올랐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해당 단지 같은 평형이 9억3,800만원에 거래돼 재차 올랐다. 이달 말 입주 예정인 동대문롯데캐슬노블레스 전용면적 84㎡짜리 분양권이 9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분양가가 5억9,500만원이었으니 4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전농동 3.3㎡당 매매가는 지난 5월 1,873만원을 기록해 1년만에 29% 상승했다. 이어 답십리동 같은기간 28% 올랐다. 1년간 19% 상승한 동대문 집값 상승을 이끌었다.
이 지역에서 10여 년간 중개업을 해온 이지수 행복부동산 대표는 “이 지역 혐오시설이었던 ‘청량리588’ 집창촌이 이제 정말 철거되니 외부에서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서 “왕십리, 아현, 신길, 길음 등 함께 지어진 2차 뉴타운 중 답십리 뉴타운이 가장 저평가돼 있었는데 못 오르던 집값이 이제 상승 탄력을 받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농동 S공인중개 대표는 “청량리 개발 호재를 미리 알아보고 외지에서 찾아온 투자자들이 늘었다”면서 “동대문롯데캐슬 전용 84㎡의 경우 입주를 전후해 1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청량리의 집값 상승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집창촌 철거 된데다 지난해 말 KTX 경강선 개통, 하반기 분당선 연결, 추후 GTX B·C 노선 등의 교통망 확충되고 있다. L공인중개 대표는 “지하철, 철도의 복합역세권을 갖춘 부도심으로 부상 중”면서 “강북, 경기권으로 뻗어 나가기에도 영등포보다도 좋고 왕십리역보다 주상복합이 발달할 것으로 기대해 이제 청마용성이라고 불릴 것”이라고 전했다.
청량리 역세권에서 초고층 주상복합단지 개발도 잇따르면서 정비가 이뤄지는 점도 청량리의 변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청량리 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초고층(65층) 아파트 1,452가구(일반분양 1,253가구)와 호텔, 백화점, 오피스텔을 짓는다.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에 일반분양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양은 청량리3구역(동부청과시장) 재개발을 통해 59층 4개동 1,160가구 등을 새로 지을 예정이다.
다만, 일대에서 아파트 입주가 집중되다 보니 전세 가격은 주춤하고 있다. 올해만 동대문구에 2,357세대가 입주하고 2019년에도 2,171세대가 예정돼 있다. 래미안크레시티는 전용 84㎡ 전세가는 5월 들어 5억원 이하로 떨어졌다. 올해 초 최고 5억4,000억원까지 거래가 됐다. S공인중개 대표는 “투자 수요는 강하지만 다른 뉴타운보다는 전세 수요가 탄탄하지 않아 4,000만~5,000만원 가량씩 조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