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저스 회장이 중국 방송에 출연해 두 딸의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보여줬다. /사진=웨이보
“BTS 사인을 받아줄 수 있나?”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의외의 부탁을 했다. 잠시 후 무릎을 쳤다. 역시 소문난 ‘딸 바보’다운 유머 섞인 부탁이다. 로저스 회장은 인터뷰 내내 K팝의 저력을 강조했다. 그는 “남북 평화가 온다면 전 세계가 K팝과 한국 드라마에 더욱 열광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저스는 K팝을 앞세운 한류가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영향력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K팝은 이미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K팝 관련된 공연은 100개가 넘는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다”면서 K팝의 현황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실물자산 투자가’로 유명한 로저스 회장은 한류의 가능성을 인정했다. 한류가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는 데 평화가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올해 75세인 그에게 한류의 매개체는 두 딸이다. 방탄소년단(BTS) 팬인 두 딸을 통해 한류의 가능성을 알아가고 있다. 그는 현재 싱가포르에서 아내와 두 딸과 살고 있다. 로저스 회장은 직접 세계를 누비며 보고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메가트렌드를 예측하는 통찰가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30년 전 이미 중국의 부상을 예언했다. 10년 전인 지난 2007년 딸과 함께 뉴욕 맨해튼에서 싱가포르로 이주하고 중국어를 두 딸에게 가르친 것도 ‘아시아의 시대’를 예견하며 이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서다.
로저스 회장은 “딸에게 매번 이야기를 듣고 있기도 하지만 한류는 앞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며 “나는 내가 잘 모르는 곳에는 투자를 꺼릴 만큼 실물자산 위주로 투자하고 있지만 K팝의 가능성은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류 관련 기획사 등에 투자할 계획이 없느냐는 직접적인 질문에는 “내가 완전히 전문가가 아닌 분야에는 투자가 조심스럽다”고 언급했다. 로저스 회장은 지난해 한국의 한 방송사에 출연한 경험을 들면서 “딸에게 한국 방송사에 출연한다고 하니 ‘K팝과 한류 드라마를 방송하는 곳’이라며 반가워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로저스의 혜안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그가 월가에서 대표적인 지한파 투자자인 동시에 매번 통찰력 있는 화두를 우리 사회에 던지기 때문이다. 로저스는 지난해 3월 방한해 한국 젊은이들의 ‘공시(공무원시험) 열풍’에 대해 꼬집은 바 있다. 당시 로저스 회장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할 젊은 세대가 절망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을 추구하려 하는 한국의 상황에 주목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공무원이 되려고만 한다면 그 빚은 도대체 누가 갚을 것인가”라며 “중국이나 베트남·미얀마 등 아시아 국가와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까”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사실은 조금 슬픈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로저스 회장은 1969년 27세의 나이에 ‘헤지펀드의 제왕’ 조지 소로스와 함께 글로벌 투자사인 퀀텀펀드를 설립했고 큰 수익을 올리며 월가를 뒤흔들었다. 2007년 “아시아에 미래가 있다”며 수십년을 살아온 미국 뉴욕 맨해튼의 저택을 처분하고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싱가포르에 정착했다. 현재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강연과 투자자문, 방송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올해 각각 15세, 10세가 된 딸을 둔 글로벌 투자계의 ‘딸 바보’로도 유명하다. 그는 뉴욕에 살던 시절부터 중국인 가정부를 고용해 중국어를 어린 딸들에게 가르쳐왔다. 로저스 회장의 딸 비랜드 앤더슨과 힐턴 오거스타가 중국어로 대화하는 동영상은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김보리·권용민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