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이 만난 사람] 이재광 HUG 사장 '분양가관리, 집값거품 걷어내 시장 안정 기여할 것"

한번 예외 인정하면 심사제도 근간 흔들려...고급주택도 예외 없이 적용
후분양대출보증 확대 등 중소건설사 리스크 줄일 다양한 방안 모색중
임대사업자 부실공사 등 피해 막기위해 입주전 하자보증 의무화 필요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이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HUG 조직 운영 방침과 ‘로또분양’ 등 논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송은석기자

“현재 주택시장을 최근 몇년간 생겼던 거품이 걷히고 있는 시기로 봅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상품 가입이 올 1·4분기에 이미 지난해의 40% 수준인 1만8,516가구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이런 상황을 보여주는 하나의 방증일 것입니다. 즉 부동산시장이 불안정하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년간 부동산시장이 호황이었던 것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지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시행하는 분양가 심사도 여러 논란이 있지만 시장의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는 방안 중 하나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HUG는 역대 어느 시기보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에서 큰 역할을 맡고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부동산시장 안정의 한 축인 고분양가 관리뿐만 아니라 향후 발표될 ‘후분양제’ 등에서도 HUG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재광(사진) HUG 사장의 재임 기간이 과거 어느 때보다 막중한 시기일 수밖에 없다고 보는 이유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보여온 주택시장의 호황기가 끝날 것이라는 등 여러 관측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160조원에 달하는 주택도시기금을 위탁 관리하는 HUG의 안정적인 운영도 요구된다. 이에 이 사장은 HUG 조직의 리스크 관리에 역량을 쏟아 부으면서 서민 주거안정과 도시재생 뉴딜 정책 등 정부 정책의 성공에 일조할 수 있도록 조직을 이끌어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 대담=박태준 건설부동산부장 june@sedaily.com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이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HUG 조직 운영 방침과 ‘로또분양’ 등 논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송은석기자

◇분양가 관리 집값 안정 위한 것…고급주택 예외 없어=이 사장은 지난 3월 HUG 사장으로 취임했다. 현재 취임 100일을 앞둔 상태다. 당초 그의 이력에 여의도 증권가와 금융권 경험이 대부분이라 부동산 업무는 잘 모른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했다. 하지만 한정된 재원으로 효과를 극대화하는 금융업무의 노하우를 이용해 HUG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HUG는 최근 카자흐스탄 주택보증기금(HGF)과 업무협약을 맺어 한국의 분양제도를 전파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HUG를 둘러싼 논란 역시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HUG의 분양가 관리다. HUG는 현재 서울, 과천, 경기 분당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공급되는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를 일정 수준 이상 되지 않도록 통제하고 있다. 특정 지역 아파트 분양가격은 인근 지역 최근 분양 단지 가격의 110%를 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 HUG의 방침이다. 이에 새 아파트 가격이 기존 아파트 값보다 싸게 공급되고 수많은 사람은 새 아파트 분양을 받는 즉시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분양시장에 매달린다. 이에 분양시장이 로또판 투기판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 사장은 이에 대해 “로또 분양을 낳고 있다는 비판을 잘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HUG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 사장은 “분양가 심사는 토지비·공사원가·사업이윤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적정한 분양가격인지 여부를 판단한다”면서 “오히려 기존 재고 주택시장에 많은 거품이 끼어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싼값의 새 아파트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주택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 사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고분양가심사제도가 주택가격 안정에 기여하고 서민 주거안정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HUG의 보증 리스크 완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인원한남 등에서 비롯된 고급주택 분양가 논란에서 예외는 없다는 방침도 재천명했다. 고급주택이라는 이유로 한 번 예외를 인정하면 분양가심사제도의 근간이 휘청거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우려다. 이 사장은 “HUG가 설계비, 마감재 원가, 토지 원가, 금융비용 등 포괄적인 정보를 갖기 힘든 한계는 있다”면서도 “다만 고급주택에 예외를 인정하면 고분양가심사제도 자체가 흔들린다”고 말했다.


◇후분양 대비 다양한 제도개선 검토 중=최근 부동산시장의 또 다른 화두는 후분양제다. 후분양제는 건설사가 입주자를 모집하고 분양대금을 수년에 걸쳐 나눠 받아 아파트를 짓는 현행 선분양제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2004년 참여정부가 도입을 검토한 적도 있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등이 제기되며 선분양제도가 현재까지 이어졌지만 현 정부 들어 다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 수년간 부동산시장의 호황으로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고 하자에 대한 불만이 급증하자 후분양 도입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은 것이다. 여기에 분양시점과 입주시점의 가격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분양권 전매를 통한 투기 논란이 제기되는 것도 후분양제 도입 주장에 힘을 싣는 양상이다. 국토교통부는 6월 중 후분양제 로드맵을 담은 ‘제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2013~2022년)’의 수정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후분양제 도입에 대한 우려도 많다. 바로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중소 건설업체의 사업 추진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즉 5~6차 중도금이 들어오는 시기에 분양하게 되면 분양대금 수령 시기가 늦어지게 되고 그만큼의 자금공백이 발생해 특히 중소형 건설사는 고사 직전에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사장 역시 이런 논란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선분양과 후분양을 선(善)과 악(惡)으로 구별할 수는 없다”면서 “각 제도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고 했다. 다만 정부가 후분양제 도입을 확대할 경우에 대비하게 하는 게 HUG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주택업체가 후분양할 경우 금융기관에서 조달받은 대출금에서 HUG가 원리금 상환을 책임지는 ‘후분양대출보증’을 2013년 9월 출시했다”면서 “후분양 주택의 사업자금 조달 지원을 확대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후분양대출보증을 확대하고 보증료를 인하할 수 있는지 등 여러 개선사항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즉 중소형 건설업체의 리스크를 줄일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설명이다. 일부에서 후분양 도입으로 HUG의 경영사정이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이 사장은 이와 함께 “후분양제 도입으로 보증료 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2012년 이후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기 때문에 사업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이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HUG 조직 운영 방침과 ‘로또분양’ 등 논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송은석기자

◇분양보증료 인하 검토…임대주택 하자보수 의무화 필요=HUG의 사업구조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분양보증 업무다. 분양사업자 부도 등의 위험에서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HUG가 보증하고 사업자에게 보증료를 받는다. 현재 HUG만 이 업무를 맡을 수 있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업계는 분양보증료를 낮춰달라고 요구한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외부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맡겨 보증상품 손실률과 향후 주택경기 변동에 따른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HUG는 지난달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연구 결과에 따라 보증료 인하를 본격적으로 살펴볼 생각이다.

이 사장은 또 임대아파트 하자 보증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최근 부영 사태와 같은 임대사업자의 부실공사 피해 등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 사장은 “분양아파트는 준공 시 하자보수 보증이 필수적이지만 임대아파트는 입주 전 사용검사 때 하자보증 의무가 없다”며 “임차인의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임대아파트도 하자 보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대아파트 시공사가 하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HUG가 하자보수를 우선 해결한 뒤 보수비용 등을 건설사에 청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현재 건설사를 주로 상대하는 공기업이지만 앞으로 서민에게 ‘따뜻한 기업’으로 다가가기 위한 변신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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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광주 △전주고 △서울대 경제학과 △크레디리요네증권 이사 △다이와SBCM증권 상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본부장 대행 △KDB자산운용 상무 △한국투자증권 상무 △이에스지(ESG)모네타 대표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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