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차량 행렬이 숙소인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호텔 앞에 설치 된 검문소를 통과하고 있다./싱가포르=정영현기자
이날 김 위원장 도착에 앞서 회담장인 카펠라호텔과 두 정상의 숙소가 위치한 오차드로드 등 특별행사구역 중심에는 무장경찰과 차량검문소, 도로 차단시설 등이 곳곳에 등장했다. 가장 삼엄한 통제와 경계근무가 이뤄진 곳은 김 위원장의 숙소인 세인트레지스호텔 부근이었다. 김 위원장 도착 하루 전인 지난 9일 밤까지만 해도 일반 경찰들이 도로 통제만 했지만 이날 아침에는 무장경찰 100여명이 호텔 주변에 배치됐다. 호텔 출입통로마다 배치된 X레이 소지품 검색대도 9일까지는 가동되지 않았지만 이날부터는 정문과 옆문, 지하주차장 입구까지 모두 가동되기 시작했다.
호텔 로비 앞 택시승차장에는 오전부터 흰색 반팔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북한 경호원들이 김 위원장을 맞이하기 위한 사전 동선 점검을 하고 있었다. 경호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김 위원장을 맞이할 준비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들은 9일 밤 중국 국제항공 비행기를 이용해 싱가포르로 들어왔다. 저녁 식사를 위해 객실 밖으로 나온 이들에게 김 위원장의 도착 예정일을 묻자 “우리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세인트레지스호텔은 북한 선발대가 도착하기 전에 미리 호텔 1층 로비에 커다란 가림막을 쳤고 김 위원장 및 북한 관계자들의 예상 동선을 따라 2층까지 사람 키보다 큰 식물 화분을 빽빽하게 배치해 외부의 시선을 차단했다. 하지만 북한 선발대는 호텔 도착 후 일반 투숙객과 연회장·식당 방문객들과 동선이 얽히면서 마주치는 상황이 벌어지자 당황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지난 9일 밤 북한 경호요원들이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호텔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단체로 이동하고 있다. /싱가포르=정영현기자
대부분이 흰색 셔츠에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은 경호요원이었지만 카메라를 든 기자들과 보안용 가방을 든 실무진도 섞여 있었다. 배지를 단 일부 여성 실무진은 경호요원들과 별도로 움직였다. “반갑습니다”라고 우리말로 인사를 건네자 말없이 미소로 답했다.
호텔의 한 관계자는 “16~20층 손님들”이라고 답했다. 20층은 세인트레지스호텔에서 가장 좋은 방이 위치한 곳으로 김 위원장이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 투숙객 규모는 5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오후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 정문 앞에서 무장 경찰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샹그릴라호텔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숙소다. /싱가포르=정영현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숙소인 샹그릴라호텔은 이날 성조기를 정문에 걸었다. 하지만 평소처럼 일반 투숙객의 방문도 이어졌다. 대신 무장경찰이 계속해서 조를 지어 순찰하고 호텔 로비 곳곳에 경찰과 경호요원이 배치됐다. 정문 앞에는 차량 보안검색을 위한 대형 천막과 보안카메라가 설치됐다. 정문 앞 주차장은 아예 폐쇄됐다. 로비동과 가든윙·밸리윙 등 각 건물을 연결하는 지점에는 보안검색대가 등장했다. 로비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호텔 직원이 배치됐고 오후 들어서는 미국 국무부 직원들이 로비를 수시로 오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머무는 밸리윙은 로비와 연결된 곳뿐 아니라 별도 출입구 앞에도 무장경찰과 차량검문소가 설치됐다.
정상회담이 열리는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은 이달 8일 이후 일반인의 방문이 금지된 채 정상회담 관계자들의 차량만 드나들었다. 이동식 보안카메라는 더욱 촘촘하게 배치됐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인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의 보안 인력들이 지난 9일 밤 진입로 앞에 설치된 보안 카메라를 점검하고 있다. 뒤편에는 또다른 보안 인력이 진입 차량에 정차를 요구한 후 탑승자를 확인하고 있다. /싱가포르=정영현기자
특별행사구역 바깥에 위치한 마리나베이 등 관광지에도 무장경찰이 등장했다. 9일 저녁에는 마리나베이 상공에 검은색 특수복을 입은 낙하산 부대가 등장해 관광객들이 잠시 당황하기도 했다. 이들은 낙하산을 타고 마리나베이 수면 위에 내려앉은 후 검은색 군용 보트를 타고 사라졌다.
/싱가포르=특별취재단 정영현·이태규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