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권욱기자
창업가이자 최고경영자(CEO)로서 윤동한 회장에게 반드시 물어봐야 할 질문이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에 관한 것이다. 그는 이 질문에 “이전에 없던 산업을 개척하고 세계적 수준으로 키워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원론적 대답을 내놓으면서도 산업 전망과 관련해서는 더 깊숙이 들어갔다.
그는 국내 화장품 산업 주체별 각자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윤 회장은 “최근에 글로벌 기업에 매각된 카버코리아·스타일난다 등과 같은 기업은 화장품을 취급하지만 제조시설 하나 없이 마케팅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대단한 성과를 낸 곳”이라며 “분명한 것은 한국콜마 같은 화장품 제조 전문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내 화장품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연구개발(R&D)-생산-판매유통-마케팅’ 등 화장품이 최종 소비되는 각 단계마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계속해서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느 산업군이나 서로에게 거울이 되는 존재가 있다. 삼성과 LG, 네이버와 카카오, SK텔레콤과 KT 등이 그렇다. 이들은 한 우물을 놓고 경쟁을 펼치지만 동반 성장의 자극제가 된다. 한국콜마 건너편에는 이경수 회장이 이끄는 코스맥스가 있다. 이 회장 역시 공교롭게도 대웅제약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터라 화장품 제조산업을 이야기할 때면 두 사람은 바늘과 실처럼 함께 거론된다.
윤 회장은 비록 코스맥스가 동일한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지만 시장의 총 파이를 키우고 경쟁심리의 자극제가 됐다는 점에서 국내 화장품 산업 발전 구간에서 뛰어난 공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인데 이 작업은 기업 한 곳이 온전히 해낼 수가 없고 기업 간 경쟁이 필수적”이라며 “독점하려는 순간 죽는 것이 시장의 본질이고 코스맥스는 이러한 경쟁구도를 만들어낸 기업”이라고 코스맥스를 치켜세웠다.
세계 화장품 시장을 평정한 한국콜마는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지난 4월 CJ헬스케어를 인수했다. 이로써 화장품·제약·건강기능식품 등 3대 성장축을 완성한 한국콜마는 매출비중을 1대1대1 식으로 균형 있게 발전시킨다는 청사진을 세워놓고 있다. 한국콜마의 제약 부문은 고형제·연고크림제 등의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았는데 CJ헬스케어 인수를 계기로 합성신약·개량신약·바이오 등으로 외연을 확대해 제약 관련 모든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게 됐다.
윤 회장은 CJ헬스케어 인수를 ‘융복합’의 키워드로 설명했다. 한국콜마는 화장품의 사용감을 개선하는 에멀션 기술을 제약에 접목하고 반대로 제약의 약효를 지속성 있게 전달하는 기술을 화장품에 도입하는 융복합 R&D 작업을 꾸준히 전개해왔다. 윤 회장은 “글로벌 화장품·제약산업은 융복합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제약사업을 키우려고 하는 한국콜마 입장에서 우리가 지니지 못한 기술력과 업력을 지닌 CJ헬스케어는 자연스러운 시도”라고 진단했다.
한국콜마는 오는 2019년 서울 내곡동에 통합기술원 완공이 예정돼 있다. 전국에 산재해 있던 화장품·의약품·건강기능식품 연구소를 한데 모아 통합연구의 메카로 활용된다. 윤 회장은 “에어컨을 하나 설치해도 생산시설이 가장 먼저, 그다음이 연구소, 사무실이 맨 마지막이라는 원칙에 따라 경영해왔다”며 “생산 인프라 일원화를 통해 지금까지 시장에 존재하지 않았던 신제품들을 선보이겠다”고 말을 맺었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