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A18 ‘쿠션특허소송 분쟁’일지
5년간 지속돼 온 아모레퍼시픽과 코스맥스간 쿠션 특허권 분쟁에서 코스맥스가 최종 승리했다. 각각의 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평가받는 두 기업 간 특허권 분쟁은 1심과 2심에서 엇갈린 결론이 나오면서 글로벌 화장품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는데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코스맥스의 손을 들어줬다.
11일 화장품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31일 코스맥스 외 5인이 제기한 특허등록무효소송에서 아모레퍼시픽이 제기한 상고를 최종 기각했다. 이 특허권 분쟁은 아모레퍼시픽이 발명했다고 주장한 ‘발포 우레탄 폼을 포함하는 화장품’ 쿠션에 관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특허출원 뒤 국내 화장품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특허권을 빌미로 제조금지를 요청했고 코스맥스를 포함한 5개 중소 화장품기업들은 부당성을 주장했다. 1심 재판은 아모레퍼시픽이 승리했고 2심에서는 코스맥스가 승리했다. 대법원은 판결까지 1년은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소송제기 4개월 만에 심리불속행기각 판단을 내렸다. 심리불속행기각이란 재판에서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으로 대법원은 아모레퍼시픽의 소송제기를 상고대상으로조차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셈이어서 코스맥스의 완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모레퍼시픽과 코스맥스간 벌어진 쿠션 특허권 분쟁의 시작은 2013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특허권 분쟁 당사자는 종합화장품 업계의 두 거두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었다. LG생건은 아모레퍼시픽이 특허를 받은 ‘발포 우레탄 폼’ 적용 쿠션이 특허효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쿠션은 선크림과 메이크업 베이스 등을 특수 스펀지 재질(퍼프)에 흡수시켜 팩트형 용기에 담아낸 메이크업 제품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에테르 소재로 만든 스펀지 폼의 원천기술과 관련한 특허를 주장했다.
이듬해 1심에서 패소한 LG생건은 같은 해 11월 항소를 제기했지만 양사는 크로스 라이선스 합의를 맺으면서 소송은 종결됐다. 당시 아모레퍼시픽과 LG생건은 각사가 보유하고 있는 화장품 및 생활용품 분야의 등록특허에 관해 통상실시권 허여 계약을 체결했다. 통상실시권 허여란 일정한 범위 안에서 해당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허락하는 것으로 아모레퍼시픽은 LG생건에 쿠션 화장품에 적용된 특허를, LG생건은 아모레퍼시픽에 치아미백패치에 적용된 특허를 허락하는, 일종의 ‘바터(Bater·물물교환) 계약’이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중소 중견 화장품기업들은 화장품업계 두 거물간 ‘담합’이라며 반발했고 2015년 10월 코스맥스를 필두로 투쿨포스쿨, 네이처리퍼블릭, 토니모리, 에프앤코, 에이블씨앤씨 등 공동원고 6개사가 아모레퍼시픽을 대상으로 특허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코스맥스와 어깨를 견주는 화장품 제조생산 전문기업 한국콜마는 아모레퍼시픽의 특허권을 받아들이고 2016년 로열티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이 특허권 소송은 반전을 거듭했다. 2016년 10월 1심 재판부는 아모레퍼시픽 특허의 진보성을 인정하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공동원고들은 곧 이어 항소했고 2018년 2월 2심 재판부는 정반대의 판결을 내놓았다. 2심 재판부는 공동원고가 제기한 9개 청구항에 대해 전부 무효 판결을 내렸고 공동원고들은 아모레퍼시픽이 제기한 생산중단 의무를 따를 필요가 사라졌다.
이번 결과가 특히 주목되는 것은 대법원이 심리불속행기각 판결을 내렸다는 사실이다. 대법원이 이 같은 판결을 내린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공동원고 측이 아모레퍼시픽 특허권의 부당성을 증빙하기 위해 다수의 연구결과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당초 아모레퍼시픽이 제시한 특허권 인정근거가 사실상 아무런 효력도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으로 추정된다. 공동원고 측은 항소를 준비하면서 해당분야의 저명한 교수들의 증언과 이를 뒷받침하는 국가공인 실험기관 결과를 재판부에 제시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비단 아모레퍼시픽과 코스맥스 간 분쟁 소멸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이 관련특허를 통해 국내외 화장품기업들로부터 로열티를 받고 있어서 대법원의 최종판결에 따라 해당기업들은 라이선스 계약해지 및 로열티 반환소송 등이 뒤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글로벌 화장품기업인 LVMH와 디오르, 국내에서는 한국콜마, 코스메카코리아 등에게 라이선스 수수료를 받고 있다.
특히 쿠션 개발의 원조로 취급되는 아모레퍼시픽의 명성에도 부정적 여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08년 ‘아이오페 에어쿠션’ 출시를 계기로 선보인 쿠션파운데이션은 바르지 않고 피부에 도장처럼 간편하게 찍는 방식으로 여성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이를 두고 ‘여성들의 화장법을 바꾼 혁신적 제품’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코스맥스 고위 관계자는 “소송결과를 회사 차원에서 확인해줄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소송결과와 상관없이 한국 화장품 업계의 윈윈 구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