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지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는 이르지 못해 숙제를 남겼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의 ‘역사적인 첫 만남’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체제 보장에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 정부가 줄곧 강조해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이날 공동합의문에 담기지 못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많은 비용이 드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사전 물밑 교섭은 물론 판문점을 넘어 싱가포르에서도 북미 간 의제 협상이 진행됐지만 비핵화보다는 북한 체제 안전 보장 쪽에 더 무게가 실린 합의가 도출된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북미 고위급회담을 곧바로 열어 북미 정상이 상호 방문 약속까지 했지만 한반도 평화 정착의 여정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멀고 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9시 첫 만남 이후 단독정상회담과 확대정상회담, 오찬을 진행하고 오후1시40분께 공동합의문에 서명하기 위해 나란히 책상 앞에 앉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에 앞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매우 빠르게 그 과정을 시작할 것”이라며 후속 비핵화 협상이 곧바로 재개될 것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과 특별한 유대관계가 형성됐다”며 “그의 나라를 아주 많이 사랑하는 유능한 사람”이라는 김 위원장에 대한 개인적인 칭찬까지 쏟아냈다.
김 위원장도 “우리는 오늘 역사적인 이 만남에서 지난 과거를 걷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서명을 하게 됐다”며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전 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두 정상이 서명한 합의문에 담긴 내용은 기대에 못 미쳤다. CVID에서 ‘VI(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가 빠졌을 뿐 아니라 구체적인 비핵화 타임 라인이나 방식도 언급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물론 국민들이 기대했던 종전 문제도 이번 회담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핵화는 사실 과학적으로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며 “하지만 물리적으로, 기계적으로 최대한 빨리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과 관련해서는 “조만간 실제로 있을 것”이라며 “주한미군 감축계획은 현재로서는 없지만 많은 비용이 드는 한미연합훈련은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합의문에는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한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한다 △4·27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고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작업을 진행할 것임을 약속한다 △신원이 확인된 전쟁포로 및 전쟁실종자 유해의 즉각 송환 및 수습을 약속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CVID에 못 미친 부분은 아쉽지만 그래도 평가할 만한 합의”라며 “앞으로 논의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담았다”며 “앞으로 미국의 폼페이오 장관을 비롯해 북한도, 한국도 실무 논의를 맡은 사람들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싱가포르=특별취재단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