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금리 산정 불합리" 윤석헌 경고에 긴장하는 은행들

금감원, 이달중 검사 결과 공개
시중銀 "당국 개입땐 부작용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은행들의 금리 산정체계가 불합리하다며 가산 금리 인하를 다시 압박하고 나서 주목된다. 지난달 은행들의 예대금리차가 3년6개월 만에 최대 수준으로 벌어지자 은행권에 사실상의 금리 인하를 압박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 원장은 12일 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은행 금리 산정체계를 점검한 결과 가산금리나 목표이익률 산정이 체계적·합리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사례들이 확인됐다”며 “금융소비자가 은행의 금리 산출 내역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금리 공시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지난 2월부터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SC제일·씨티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과 농협은행, 일부 지방은행 등 총 9개 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체계를 검사해 최근 현황 파악을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은행들의 자의적 가산금리 부과 사례를 다수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대출금리는 코픽스 등 시장금리에 은행들이 정한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되는데 이 가산금리 결정 과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가산금리 인하요인이 있는데도 수 년간 가산금리를 고정으로 해 놓거나 차주(借主)의 소득을 적게 입력해 가산금리를 더 많이 받아낸 부적절한 사례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가산금리의 핵심 결정 요인인 목표수익률을 자의적으로 조정하거나 가산금리를 결정하면서 회의 과정 등을 문서로 기록하지 않은 사례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를 이르면 이달 중 공개하고 은행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산금리 모범규준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가산금리를 엉터리 책정한 일부 은행에 대해서는 제재와 시정명령을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사실상 금리 인하를 압박하면서 은행들은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금리 인상기에는 보통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먼저 올라 예대금리차가 벌어지게 되는데 금감원이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은행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금감원의 조치를 무시하자니 검사확대 등 후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가산금리 책정 과정은 그 자체로 영업비밀인데 이를 모범규준을 통해 규격화하고 공시까지 강화하겠다는 것은 은행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더구나 가산금리 산정에 문제가 적발된 은행들을 실명 공개할 경우 고객들의 집단 반발은 물론 ‘고리대금업자’로 오인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금리를 담합하는 과점체계가 아니다”며 “조달금리와 은행간 경쟁에 의해 형성되는 데 서민들의 금리 부담을 덜기 위한 금융감독 당국이 직접 개입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산금리를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나중에 인상 폭이 급격히 이뤄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한계 차주의 부실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코픽스 신규 및 잔액 기준 주택담보대출과 금융채 5년물 기준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05%포인트 올렸다가 금감원의 압박에 ‘없던 일’로 한 적이 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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