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서울경제DB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두고 사용자와 국회, 노동계의 불화를 만든 송영중 상근 부회장을 경질하기로 결정했다. 노동부 고위관료 출신인 송 부회장은 지난 4월 취임 이후 전국 4,300여 사용자 회원을 대변하는 경총에서 노동계의 주장에 동조해 파문이 일었고 이달 10여일 간 재택근무를 하기도 했다. 사태는 송 부회장이 경질되는 것으로 마무리 될 전망이다.
12일 손경식 경총 회장은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미 송 부회장을 직무에서 배제했다”며 “송 부회장은 회장을 보좌하는 역할이지 어떤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며 사실상 경질로 중지를 모았다는 뜻을 전달했다. 상임부회장의 면직 또는 해임 규정이 정관에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회장이 권한을 가지고 있고 회장단이 전적으로 나를 신뢰하고 있다”며 “(공식적인 절차는) 회장단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10여일 간의 재택근무를 끝낸 송 부회장은 이날 8시 50분께 출근해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오전 9시 30분께 출근한 손 회장은 송 부회장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전날에도 손 회장께서 회원사들의 우려를 전달하며 자진사퇴를 권유했는데 본인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을 계속하겠다고 했다”며 “이에 손 회장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경질로 회원사들의 의중을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영중 경총 상임부회장./서울경제DB
지난 4월 취임한 송 부회장은 노동부 고위 관료 출신으로 노동계에 발이 넓다. 손 회장은 지난 2월 회장 선임으로 내홍을 겪은 경총의 수장직을 수락하고 4월 정권 차원에서 추천한 송 부회장을 받아들였다. 이후 경총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회원 중소기업 등의 의견을 대변하는데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방침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 22일 송 부회장 주도로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던 최저임금에 상여금 일부와 숙식비를 산입하는 내용을 노사정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경총이 주장하자 거센 반발이 일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주장하는 것을 사용자를 대변하는 단체인 경총이 동조하면서다. 해당 사안을 논의하고 있던 국회에서도 거센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경총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국회에서 결론내야 한다며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했고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매달 지급하는 상여금 일부와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노동계는 최저임금위원회서 논의하기로 했던 것을 국회가 날치기했다며 반발, 여권의 지방선거 유세에 항의 집회를 여는 등 파장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회원사들을 중심으로 송 부회장이 과연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주당 52시간 단축과 관련해 사용자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더 커졌다. 이날 손 회장이 경질 의사를 밝히면서 송 부회장은 두 달여 만에 경총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다음 주 초 회장단 회의를 열어 송 부회장을 경질할 방침이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