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인상, 금리상승, 과도한 경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도소매·숙박음식점종의 대출액이 올 1분기 들어 역대 최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증가액의 상당부분이 고금리의 제2금융권 대출이어서 자영업자의 금리부담과 금융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의 올해 1·4분기 예금취급기관 대출 잔액은 184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조6,000억원 늘었다. 관련 통계를 만든 2008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의 대출 증가액은 2015년만 해도 9조~10조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4분기엔 11조3,000억원까지 뛰었고 2·4분기 11조원, 3·4분기 12조5,000억원, 4·4분기 12조7,000억원 등 매분기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업황이다. 업황이 좋을 때 대출이 증가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은 최근 경기도 나빠지고 있다. 올 1·4분기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의 성장률은 -0.8%로 악화됐다. 지난해 1·4분기(-1.4%) 이후 가장 안 좋은 기록이다.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성장률이 -2.8%로 고꾸라져 13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고용 상황도 악화일로에 있다. 도소매ㆍ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지난 1·4분기에 1년전보다 9만8,000명 줄어든 데 이어 4월에도 8만8,000명이 줄었다.
이들 업종의 사정이 안 좋아진 것은 퇴직자와 실직자가 너도나도 개인사업에 뛰어들면서 자영업 시장이 과포화된 상태에서 국내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비용 증가, 해외 관광객 감소 등 악재도 겹쳤다.
벌이가 이렇게 나빠지는 상황에서 급증하는 빚은 상환 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영세자영업자의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대출이 저축은행, 상호금융,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우려 요소다. 지난 1·4분기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의 은행 대출은 1년 전보다 각각 4.2%, 5.0% 늘었다. 반면 비은행 대출은 22.5%, 22.8% 급증했다. 영세자영업자들이 사업 이익 감소로 기존 빚을 제대로 못 갚아 신용 등급이 떨어진 데다 정부도 은행 대출을 조이면서 비은행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업종별 저신용자(7~10등급) 비중을 보면 소매업과 음식업은 각각 12%, 14%로 제조업(10%), 부동산임대업(2%)보다 높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영업자 대출 부실 우려가 크다고 규제를 강화하는 건 하책에 가깝다”며 “질이 안 좋은 대출이 늘어나고 폐업이 속출하는 등 부작용만 커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근본적으로 자영업자의 소득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조조정을 통해 영세한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저소득자의 주거비나 임대료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