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 "'고양이' 집필과정 즐거워…후속작 낼 것"

■본지 e메일 인터뷰
陰의 에너지 가진 고양이, 우리와 지각능력 달라
인간의 주인이 되기도…동물에게서 배울 것 많아
한반도 변화에 관심, 한국 주무대 소설 쓰고파

베르나르 베르베르

출간하자마자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고양이’의 후속작도 만나게 될 수 있을까. 그는 자신의 데뷔작이자 최대 히트작인 ‘개미’와 유사한 ‘고양이’ 연작을 집필할 가능성이 있음을 서울경제신문에 전했다. 아울러 한국을 주무대로 한 작품을 내놓고 싶다는 희망도 피력했다.

베르베르는 ‘고양이’ 출간에 즈음해 주고받은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아마 ‘고양이’ 후속작을 쓰게 될 것 같다”며 “프랑스 내에서 요구가 있기도 했지만 ‘고양이’ 집필 과정 자체가 내게 굉장히 재미있는 경험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개가 인간을 사랑한다면 고양이는 인간을 지배한다”며 고양이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강조했다.

데뷔작 ‘개미’에 이어 동물인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게 된 배경에 대해 베르베르는 “동물에게서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개미와 고양이는 성공적인 종이기에 더욱더 배울 점이 많은데, 개미는 모든 생태계에 적응해서 널리 퍼져 있고 고양이는 너무나 잘 적응한 나머지 때로 인간의 주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개미와 고양이의 차이점에 대해 그는 “개미는 주로 숲속에 사는데 고양이는 도시에 산다”며 “개미는 텔레비전이나 자동차, 건물 등에 대한 이해가 없어 인간과 관계 맺는 데 한계가 있지만 고양이는 텔레비전도 보고 자동차도 보고 건물도 보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생활 전반을 관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양이 세 마리를 키워 본 적이 있는 베르베르는 고양이는 우리와 다른 지각 능력이 있다고 느꼈다고 말한다. 그가 마지막으로 키운 고양이는 ‘도미노’라는 암고양이였다. 베르베르는 “고양이는 꿈을 꾸고 주변을 면밀하게 관찰하며 무척 조용하다”며 “고양이에게는 ‘음(陰)’의 에너지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매력적인 암고양이 ‘바스테트’를 주인공으로 설정하게 된 것에 대해 그는 “암고양이는 그보다 더 진한 ‘음음’의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동물에게는 본래 여성 에너지가 있는데 암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음’의 화신을 작품화시켰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1위(2016년 3월, 교보문고 10년간 소설 판매량 집계)로 꼽힌 만큼 베르베르는 한국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도 보여줬다. 그는 “오래전부터 한국을 배경으로 하거나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할 소설을 쓰겠다는 생각을 해왔으며, 현재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이전 작성된 e메일 답변에서 그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 회담이 남북한 간에 평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 평화는 나의 오랜 염원으로 최근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작 ‘고양이’에서 베르베르는 세계 대전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절망적인 상황을 그렸다. 이에 대해 베르베르는 “현실에서 벌어지지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그에 대비하는 것이 SF 작가의 소임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는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오웰의 ‘1984’처럼 SF의 전통을 보면 늘 ‘경고’의 역할을 수행한 작품들이 있다”며 “이런 류의 작품들은 디스토피아를 묘사해 세상에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주고 끝내 그런 결과를 맞이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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