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를 신성장 동력으로" 중소제조사 해외 인수 러시

피인수 기업 신약기술 도입 효과
신라젠 등 성공방정식 벤치마킹
필룩스, 美기업 2곳 지분 매입
에스에프씨·동양네트웍스도
美·獨 바이오벤처 최대주주에


해외 시장에서 저평가된 유망 바이오벤처를 인수해 바이오산업 진출에 속도를 내는 국내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성장성에 한계를 느낀 제조업 기반 기업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제2의 신라젠(215600)’ ‘제2의 에이치엘비(028300)’가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명기기 제조기업인 필룩스(033180)는 12일 자회사 카티셀코어를 통해 미국 신약연구개발기업 리미나투스파마의 지분 100%를 160억 9,800만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필룩스는 지난 2월에도 대장암 백신 등을 연구개발 중인 미국 바이오벤처 바이럴진의 지분 62.34%(375억원)를 매입해 바이럴진의 최대 주주가 됐다. 필룩스는 약 5개월 만에 항암제 연구개발 전문기업 두 곳을 인수하며 바이오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필룩스와 같은 방식으로 바이오산업에 뛰어든 제조기업들은 이 밖에도 많다. 지난 4월 플라스틱 필름 등을 제조하는 전문기업 에스에프씨(112240)가 항암·면역·뇌 질환 줄기세포치료제를 연구개발 중인 미국 에이비타사의 주식 24.48%(154억원)를 취득해 바이오 사업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회사는 조만간 바이오 전문 자회사도 설립할 계획이다. 5월에는 IT서비스기업인 동양네트웍스(030790)가 독일 상장 제약사 메디진 주식 165만주(6.72%)를 303억원에 인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메디진은 최근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는 면역세포치료제를 연구개발 중인 회사다.

이들 기업들은 해외 바이오벤처를 인수함으로써 피인수 기업이 개발하던 유망 신약 관련 기술을 도입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는 현재 코스닥 대표 바이오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라젠·에이치엘비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따르는 모습이다. 신라젠은 자사의 대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인 간암 치료제 펙사벡의 원천기술을 미국 바이오벤처 제네렉스를 인수하면서 얻었다. 구명정 제조업체 에이치엘비 역시 2015년 위암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을 연구개발하던 미국 바이오벤처 LSK바이오파마를 자회사로 편입하며 주목받았다. 현재 신라젠과 에이치엘비의 시가총액은 각각 5조 4,468억원(코스닥 시총 2위), 3조 8,026억원(5위)에 이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늘고 연구성과 및 인력 교류가 다양하게 이뤄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신약 성공 가능성은 0.02% 정도로 극히 낮은 만큼 이런 기업들이 모두 성공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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