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찬 벤텍스 대표 "기능성 화학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것"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시장환경 급변에 새로운 방식 모색
자사 86개 특허에 4차혁명 기술 접목
바이오헬스 등 신사업 다각화로
매출, 해외수출 규모 더욱 늘릴 터


지난 5월13일은 기능성 섬유업체인 벤텍스가 창립 19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지난 1999년 ‘대원산업’이라는 이름의 무역회사로 시작해 연구개발(R&D)을 통해 기능성 섬유소재를 개발해 매출 300억원대의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창립 20돌을 앞둔 올해 벤텍스는 최첨단 기능성 화학 플랫폼 전문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고경찬(58·사진) 벤텍스 대표는 13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섬유는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장치산업인데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급격한 시장 환경 변화의 파고 속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며 “4차 산업혁명의 시각에서 레드오션인 섬유산업을 접근해 섬유소재기업에서 바이오헬스 및 생활용품을 아우르는 플랫폼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 전환을 결심한 계기는 지난해 맞닥뜨린 위기에서 찾아왔다. 당시 미국에서 운용 중인 사모펀드 측이 전격적으로 인수합병(M&A)를 제안하며 벤텍스는 모든 납품 및 거래를 중단했다. 하지만 거래가 불발로 끝나면서 전년 매출(282억원)의 3분의 2 수준인 200억원에 그쳤다. 앞서 3년간 바이어의 계약 파기 등으로 인한 악성 재고로 영업 적자는 70억원을 넘었다.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였다.

고 대표는 “성장만 하다가 하루 아침에 위기가 닥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사업구조를 냉정하게 들여다봤고, 이 상태로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고백했다. 이어 “섬유 산업은 누가 봐도 레드오션이지만, 레드오션은 인류가 태어나서 살아가고 있는 삶의 근간이기도 하다”면서 “기존 방식이 아닌 전혀 다른 접근법으로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돌아봤다. 그의 결론은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정보기술(IT)기업처럼 애플리케이션(앱)을 주력 무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섬유 산업처럼 소재도 천차만별이고 컬러도 다양한 업종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이것을 공장에서 만들어 팔아 재고를 떠안는 것보다는 시대 변화에 맞는 기술을 접목한 소재 산업으로 가는 게 맞습니다.”


이러한 판단은 올해 사업 전략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해 내수 중심의 스포츠 고기능 소재에서 매출이 176억원, 광발열충전재에서 7억원, 전투화 소재의 국방 분야에서 20억의 매출을 냈다면 올해는 신사업 분야로 다각화를 꾀해 2배 성장을 일군다는 전략이다.

무기는 특허 기술이다. 지금까지 따낸 특허만 86개에 이르고, 현재 43개가 특허출원 중이다. 직원 20%가 연구원이고, 고 대표 역시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고 대표는 “기능성 섬유업체로서 벤텍스는 섬유에 앱(화학소재)을 설치하는, 즉 필요한 기능을 입히는 방식으로 특화된 영역을 개척했다”면서 “앱 판매 개념을 전 사업으로 확장해 의류는 물론 바이오헬스, 코스메틱, 생활용품 등 모든 분야에 접목해 기능성 화학 플랫폼업체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1초 만에 땀이 마르게 하거나(슈퍼드라이존) 땀이 냉매 역할을 해서 시원하게 만들고(아이스필), 태양광을 받았을 때 수 초 안에 10도 이상 온도를 높이는(히터렉스) 등의 기술을 바탕으로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고 대표는 “기존 원단에 필요한 기능을 넣은 화학재료로 특수 처리를 해서 기능성 섬유로 만들었다면 이제는 이러한 기술의 적용처를 대일밴드와 같은 패치나 마스크팩, 크림으로 넓히면 된다”고 설명했다. 앱 개발 업체들이 스마트폰에 깔린 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처럼 벤텍스의 기술이 들어간 화학소재를 원단업체나 제약업체, 화장품업체에 팔아 수익을 창출한다는 개념이다.

고 대표는 이러한 특수처리 화학소재 판매 전략을 TBM이라 명명했다. T는 기술(Technology)의 약자로, 벤텍스의 특화된 기술을 일컫는다. B(Business)는 파트너에 관련 기술을 독점 판매하는 전략이고, M(manufacturer)는 제조사에 기술 이전을 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스포츠 고기능 소재를 중심으로 해외 수출을 늘리고, 국방 소재를 전투화에서 내의 등 의류로 넓히며, 바이오 헬스 분야로 확장해 올해 410억원의 매출을 낸다는 계획이다. 의류 생산 비중을 확 낮추는 만큼 수익성도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 대표는 “이런 추세로 가면 내년 660억원, 2010년 1,240억원 수준으로 매출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영업이익률 역시 제조업 평균 마진인 5%를 훌쩍 뛰어넘는 20% 수준을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스포츠 아웃도어 시장은 이미 2년 전부터 하락세로 돌아섰고 앞으로는 호황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에 섬유업체들이 바람에 의존해 연을 날렸다면 바람이 불지 않는 지금은 자체 기술로 드론을 만들어 띄우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벤텍스 역시 섬유를 만들어 파는 업체가 아니라 딜리버리 기능을 가진 특수 소재(DDS : Drug Delivery System)를 판매해 고수익을 창출하는 기술 중심 플랜트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이러한 전략에 맞춰 회사가 계획대로 성장하면 오는 2020년께 기업공개(IPO)에 나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생각이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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