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교육대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다른 시도보다 큰 편이다. 상당수 유권자는 지역 교육감 후보로 누가 나섰는지조차 모르는 일이 허다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후보자 선호도 설문조사에서 대부분 ‘잘 모르겠다’가 1위를 차지한다. 성이 ‘잘’이고 이름이 ‘모르겠다’면 전국 어디서나 후보로 나와도 당선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육감선거의 정치화도 4년마다 되풀이되는 ‘선거무용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우리나라 법과 제도는 교육의 중립성이 정치적 입장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헌법에는 교육감이 정당이나 정파에 속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46조에 정당의 교육감선거 관여 행위를 금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 때문에 교육감 후보에게는 소속 정당을 뜻하는 기호도 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유세현장에서 나타나는 양상은 ‘정치판’과 다름없다. 앞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사전투표 첫날인 8일 한 후보의 지원유세 자리에서 “오늘 아침에 투표하고 왔다”며 “교육감은 박선영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이에 조 당선인 측은 홍 대표를 강력히 규탄했다. 홍 대표는 “야당 대표는 입 닫고 선거를 하라는 것이냐”며 반발했지만 결국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서면경고를 받았다.
후보들은 여당 또는 야당의 교육정책과 보조를 함께하는 공약을 내세우는 방식 등으로 정치적 색깔을 드러낸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을 지지한다 또는 반대한다는 표현 등으로 지지 정당을 나타내기도 한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교육감선거를 정치적 중립성을 견지하는 교육 전문가를 뽑는 선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정치적 프레임을 잘 짜고 학부모들이 좋아할 만한 선거구호를 찾아낼 수 있는 정치인이나 인기인을 선출하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처럼 깜깜이·정치판 선거로 교육감을 뽑기에는 교육대통령과 소통령의 권한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일례로 서울시교육감은 한해 약 10조원의 예산을 다룬다. 이는 웬만한 시도 예산보다 큰 규모다. 또 2,200여개의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대한 관리·감독권, 7만여명에 달하는 교육공무원의 인사권 등을 가진다. 교육감의 집합체인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국가 차원의 교육정책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등 힘이 더 막강하다. 교육부에 정책을 제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교육부 정책에 ‘반기’를 들기도 한다.
앞으로 각 교육감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교육부는 현재 지방교육자치강화추진단을 운영하고 있다. 추진단은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대한 교육정책의 권한이양 업무를 담당한다. 추진단의 한 관계자는 “교육정책에서 우리나라처럼 중앙집권식 거버넌스가 확립돼 있는 곳은 많지 않다”며 “지방 교육청 등으로 사무를 이관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