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매체인 CNBC는 13일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 이번 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중단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등 큰 성과를 얻은 김 위원장이 최고 학점인 ‘A+’를 받았다고 전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일정을 결여한 비핵화 약속만을 얻는 데 그치면서 ‘I’ 학점을 받았다. ‘I’ 학점이란 ‘incomplete(미완성)’의 약자로 어떤 점수를 줘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 주는 유보학점을 말한다.
데이비드 애들먼 전 싱가포르 주재 미 대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I’ 학점, 김 위원장에게 ‘A’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김정은 이전에도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등과 협상을 했지만 이런 협상들은 궁극적으로 어떤 진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서 “이번 회담 내용도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오랜기간 국제사회에서 고립돼온 북한이 미국과 동등하게 보이는 성과를 얻었다”고 그는 평가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보다 김 위원장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영국의 위기 컨설팅 전문업체인 베리스크메이플크로프트의 미하 흐리베르니크 아시아 선임분석가는 북미 정상회담 분석 보고서를 통해 “김정은이 분명한 승자로 부상하고 있다”며 “북한은 구체적인 일정은 거의 내놓지 않은 채 미국으로부터 일련의 양보만을 이끌어냈다”고 높은 점수를 줬다. 시장분석기관인 IHS마르킷의 아시아·태평양 위기분석 담당 앨리슨 에번스도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지난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합의한 판문점 선언 이상의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았다”며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특히 김 위원장에게는 점수를 주는 또 다른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