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국민의 선택]CVID 빠진 북미회담에 샤이보수 결집...사전투표도 한몫

투표 열기 높았던 이유는

6·13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된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1동 제2투표소가 설치된 원천중학교에서 유권자들이 줄지어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6·13지방선거 투표율이 60.2%로 지난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마의 60% 벽을 넘었다.

투표 열기가 높았던 이유로 투표 전날인 12일 진행된 북미 정상회담의 영향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높아진 시민들의 정치참여 의식, 사전투표의 안정적인 정착 등이 꼽힌다.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 최종 투표율은 유권자 4,290만7,715명 중 2,584만1,739명이 참여해 60.2%로 잠정 집계됐다. 이번 투표율은 직전 지방선거인 2014년의 56.8%를 3.4%포인트 뛰어넘어 역대 지방선거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가 빠진 북미회담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샤이 보수’들이 대거 투표장에 몰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훈련 중단’까지 언급하는 등 안보를 중요시하는 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투표에 나섰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2014년 지방선거에 처음 도입된 사전투표의 안정적인 연착륙도 투표율 상승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8~9일 진행된 사전투표는 20.14%로 지난해 19대 대통령선거(26.06%)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2014년 6회 지방선거(11.49%)보다 거의 두 배가 증가한 수치다. 과거에도 사전투표가 시행된 19대 대통령선거와 20대 총선, 6회 지방선거는 각각 이전 선거 때보다 1.4%포인트, 3.8%포인트, 2.3%포인트 투표율 상승 효과를 봤다.

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가 지난 대선과 총선 등에서 계속 시행되면서 사람들이 사전투표에 대한 편리함을 많이 느끼게 돼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전투표가 총투표율의 대략 2%포인트 상승에 이바지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높아진 정치참여 의식과 함께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 저조한 투표율에 대한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진보 쪽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고공 지지율 행진으로 선거에 대한 관심 자체가 사라져 이탈표가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정당의 낮은 지지율로 보수 전체가 괴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샤이 보수’들을 막판 투표장으로 이끌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북미회담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줬겠지만 투표율이 높아진 근본적 이유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시민들의 정치참여 의식이 높아진 데 있다”고 평가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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