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이 민선 도입 이래 최악의 선거 결과로 충격에 휩싸였다. 당장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선거를 이끈 인사들의 2선 후퇴 요구와 조기 전당대회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도 전대를 앞두고 있어 오는 8월 이후에는 여야 모두 새 지도부가 당을 이끌게 된다.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의 사퇴 시사로 ‘조기 전당대회’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홍 대표는 13일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 참패한 것으로 나오자 오후6시30분께 페이스북에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글을 올렸다. 선거 결과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수면 아래에 있던 계파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방선거 일주일을 앞두고 비홍계 정우택 의원과 홍 대표는 서로 비난하며 전대의 불을 지폈다.
새로 꾸려질 차기 지도부는 21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해 당 대표는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된다. 친박계처럼 당내 최대 계파가 없는 상황인 만큼 친홍·비홍계 모두 당내 주도권을 쥘 절호의 기회다. 현재 홍 대표의 당권 재도전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비홍계에서는 정우택·원유철·정진석·나경원 의원 등이 출마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물밑작업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바른미래당도 조기 전대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14일 옛 바른정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대표 체제가 무너지는 만큼 새 지도부 구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은 당 활력 제고를 위해 단일대표 체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유승민·안철수계는 첫 단일대표 자리를 두고 혈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양 계파가 선거 기간 공천 갈등으로 대립한 것도 전대를 앞둔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당도 선거 승리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곧바로 차기 당권 경쟁체제에 돌입한다. 민주당은 8월 추미애 대표의 임기 종료에 맞춰 전대를 열고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이다. 차기 지도부는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만큼 일찌감치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고돼 있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차기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당내 인사들만도 10명이 넘는다. 먼저 원내 최다선(7선)이자 ‘친노(노무현계)’ 좌장인 이해찬 의원의 등판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이종걸(5선), 김진표·송영길·박영선·설훈·안민석(이상 4선), 우원식·이인영·윤호중(이상 3선), 전해철·박범계(이상 재선), 김두관(초선) 의원 등도 당권 도전자로 거론된다. 일부 의원들은 지원유세에 적극 나서면서 당원 표밭 다지기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번 6·13 재보선을 통해 다시 원내에 입성한 최재성(4선) 의원 또한 잠재적 도전자로 분류된다. 아울러 선거 이후 예정된 개각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다시 국회로 돌아와 당권 경쟁에 가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류호·김현상기자 r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