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권 기획재정부 차관이 4일 서울시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56차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정부와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대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이는데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긴축 시기를 재고 있는 만큼 신흥국 금융불안, 글로벌 무역갈등 등 여러 위험요인와 더불어 여파가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4일 정부와 한은, 관계기관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국 연준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따른 시장 영향과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고 차관은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발표 직후 시장에서는 일시적으로 주가 하락, 금리 상승, 달러화 강세가 나타났지만 이후 시장 영향이 되돌림되는 모습을 나타냈다”며 “전반적인 시장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미 FOMC는 1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1.50~1.75%에서 1.75~2.0%로 0.25%포인트 올렸다.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2%대에 진입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이다. 이로써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도 0.5%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연준은 또 통화정책회의 직후 공개된 점도표(dot plot)를 통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두 차례 더 올릴 것을 예고했다. 올해 총 4차례 인상을 시사한 것이다. 기존 점도표상 계획은 연간 총 3회였다.
고 차관은 “올해 중 연준의 금리인상 전망이 상향조정됨에 따라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의 경우 이번 연준의 결정으로 인한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74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4,0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 등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이 견고해 취약 신흥국으로부터 금융 불안이 옮겨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연준의 올해 두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아니어서 결과적인 시장 반응은 차분했다”고 평가했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커짐에 따라 일각에서 나오는 자금 유출 우려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고 차관은 “외국인 주식자금은 금리 수준보다는 경제 기초체력과 기업실적 등에 좌우된다”며 “외국인 채권자금의 경우 중앙은행·국부펀드 등 장기투자자의 비중이 60% 이상인 점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 급격한 유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이 총재도 “기준금리 한두 번 인상 자체가 곧바로 자본유출을 촉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아르헨티나·터키·브라질 등 최근 금융불안을 겪고 있는 일부 취약 신흥국의 상황 진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이 총재는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졌고 ECB도 완화 정도 축소를 시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국제 자본 이동과 국제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며 “일부 취약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자본유출에) 큰 변수가 되고 있다”고 경계했다.
정부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시중금리 상승에 대해서도 대비하기로 했다. 이미 추진해온 최고금리 및 연체가산금리 인하 정책의 효과와 미비점을 분석하는 한편 대출금리 산정체계 개선, 중도상환 수수료 합리화 등 차주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추가 대응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업권·취약차주별 스트레스 테스트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기업 부문에서는 채권담보부증권(P-CBO) 운영과 더불어 회사채시장 불안에 대비해 채권시장 안정펀드 재가동도 고려하기로 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