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ABCP 디폴트에도 돈 몰리는 초단기채

미금리인상·북미회담 이벤트 등
불확성실 고조에 '일단 지켜보자'
올 초단기채펀드에 2조 뭉칫돈
자산가들도 투자관망세 짙어져
10억 이상 예금만 500조 육박


중국 회사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초단기채펀드로 돈이 몰리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이후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단기자금 운용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확대되고 있다.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이 보증하는 회사채가 디폴트로 KTB자산운용의 ‘KTB전단채 펀드’ 등에서 빠져나갔던 자금도 다른 운용사의 초단기채권펀드로 옮겨갔을 뿐이다. 올 들어 초단기채펀드에 몰린 2조원의 자금은 변함이 없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디폴트 된 중국 회사채를 담았던 KTB전단채 펀드에는 한 달 사이 1,575억원이 빠져나갔지만 미래에셋솔로몬단기채펀드(3,200억원), 동양단기채권증권투자신탁(1,400억원), 유진챔피언단기채증권자투자신탁(1,000억원) 등에는 여전히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석 달 사이 6개월 미만으로 운용되는 초단기채펀드에는 1조4,048억원이 들어왔다. 올해 자금흐름을 보면 단기채펀드에 올해 유입된 금액은 1조9,245억원으로 2조원에 육박한다. 유진챔피언단기채펀드는 올 들어 8,000억원 가까이가 단일 펀드에 유입되면서 설정액 2조4,270억원으로 설정한 지 2년여 만에 잔액 2조5,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또 동양단기채권펀드에도 올 들어 4,962억원이 몰렸다. 이들은 잔존 만기가 6개월 이내인 국채와 회사채에 주로 투자한다.


중국발 단기채펀드 악재에도 불구하고 단기채펀드가 자금 블랙홀이 된 것은 단기 악재보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불확실성이 고조된 시장에서 단기채펀드가 ‘자금 징검다리 상품’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당초 올해 3번의 금리상승에서 많게는 4번까지 금리를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북미 평화협상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요동치면서 행방을 잃은 자금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단기채펀드는 몇 달만 운용해도 은행상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대비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데다 환매수수료가 낮아 불확실성이 대두된 시기에 적합한 투자 상품으로 거론된다. 실제 단기채펀드의 6개월, 1년 수익률은 각각 0.81%, 1.52%로 같은 기간 MMF의 0.77%, 1.41%보다 높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에도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인 것도 단기채펀드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올 들어 1.19%의 손실을 냈다. 특히 대형 이벤트였던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면서 증시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등락에 불안해하느니 안정적으로 원금을 지킬 수 있는 단기채에 자금을 넣어두고 시장 상황을 보겠다는 이들이 늘었다. 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는 확대되는 것이 기정사실인데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증시 예측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게다가 부동산 시장 역시 조정 국면을 보이고 있어 자산가들도 투자를 보류하며 단기채 시장을 기웃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이 고조된 시장에서 행방을 잃은 자금은 은행권에서도 감지된다. 한국은행이 최근 집계한 은행 저축성예금(정기예금·정기적금·기업자유예금·저축예금) 현황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잔액이 10억원을 넘는 계좌의 총예금은 499조1,890억원에 달했다. 계좌 수로도 10억원 초과 예금 계좌는 지난해 말 기준 총 6만2,000개로 1년 사이 2,000개 늘어났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33조3,16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자산가들 역시 불확실성에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코스피지수가 예상보다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시계를 알 수 없는 시장에서는 안정적으로 원금을 지킬 수 있는 단기채를 피난처로 삼겠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특히 자산가들의 경우 보수적 성향이 부각되면서 한동안 단기채펀드로의 자금 이동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보리·서지혜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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