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사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14일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유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에서) 사퇴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전날 치러진 제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하는 참패를 당했다. 특히 당에서 총력을 기울인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도 뒤져 3위를 기록하는 충격적인 성적을 받아들었다.



유 공동대표는 당을 지지해준 유권자와 후보·당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먼저 전한 뒤 “대표직을 물러나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수 심판’으로 규정하고 보수 재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새로운 정책과 비전을 고민하겠다”며 “그 속에서 처절하게 무너진 보수 정치를 어떻게 살려낼지, 보수의 가치와 보수정치 혁신의 길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유 공동대표가 지방선거 후 이뤄질 야권 발 정계개편에서 이른바 ‘개혁 보수’ 세력을 모아 보수 재편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그는 선거 기간 중 “ 한국당이 철저하게 반성하고 책임진다면 언제든지 그 사람들과 힘을 합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그간 바른미래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을 의식해 자제했던 ‘보수’라는 단어를 누가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한국당과의 당 대 당 통합 논의를 두고는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려 적당히 타협하지 않겠다”며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적당한 이합집산으로는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하는 만큼 “제대로 폐허 위에 집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의 애매한 정체성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자평도 내놓았다. 유 공동대표는 “당이 통합되고 나서 화학적 결합이 안 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정체성 혼란이 가장 심각하고 근본적인 문제였다”며 “이는 당이 바로 서기 위해 바로잡아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