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직 인건비 첫 두자릿수 상승..."勞 불참해도 최저임금 논의할 것"

올 하루평균 임금 11.7% 올라
중소제조업 인건비 부담 가중
저숙련 노동자 실업 높일수도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자동차부품업체 A사는 올해 인건비 부담이 20%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0억원을 들여 경기도 시흥 시화공단에 자동화 설비를 갖춘 공장을 마련했지만 인건비 상승 부담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회사 측의 하소연이다. 신호철(가명) 대표는 “최저임금으로 직원 1인당 60만~70만원의 추가 부담이 생기는 데다 근로시간 단축까지 눈앞에 두고 있어 첩첩산중”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최저임금 급상승으로 생산직 노무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중앙회는 14일 중소제조업 1,200개 업체(매출액 30억원 이상)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도 상반기 중소제조업 직종별 임금조사’에 따르면 중소제조업 생산직 근로자 전체 조사직종(117개)의 평균 조사노임(일급)은 8만 7,177원으로 지난해 7만 8,014원에 비해 11.7%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전기전자 및 기계품질관리사(15.8%), 작업반장(11.0%), 화학공학품질관리사(10.9%), 배관원(9.3%) 등 임금 상위 ‘톱 10’ 업종이 인건비 상승을 주도했다. 성기창 중기중앙회 조사사연구부장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제조업의 생산직 근로자 인건비 부담이 크게 올랐다는 게 확인됐다”면서 “생산직 평균 임금 조사를 실시한 이후 인상률이 1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파가 상당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생산직 근로자 평균 임금은 지난 2015년 2.6%(7만 2,326원), 2016년 2.9%(7만 4,445원), 2017년 4.8%(7만 8,014원) 등 5% 이내의 증가율을 보여왔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늘자 결국에는 여성이나 저숙련 노동자의 실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자본이 노동을 대체하는 자동화를 가속화한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최저임금, 자동화 그리고 저숙련 노동자의 고용 변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자동화가 가능한 직종의 고용 비중이 높은 상위 10개 산업으로 △목재·나무제품 제조업(가구 제외) △인쇄·기록매체 복제업 △식료품 제조업 △ 담배 제조업 △금융업 △가구 제조업 △ 자동차·트레일러 제조업 △섬유제품 제조업(의복 제외) △펄프·종이·종이제품 제조업 △기타 기계·장비 제조업 등이 꼽혔다.

한편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할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도 파행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날 전원회의는 노동계 위원들의 불참한 가운데, 공익위원 9명, 사용자측 위원 5명만 참석해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했다. 위원회는 오는 19일로 연기된 1차 전원회의를 근로자 위원 참석 여부에 관계없이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근로자 위원이 계속 불참하면 위원회는 이들 없이 최저임금 인상안을 의결할 수 있다./정민정·이종혁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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