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4일 미일 외교수장과 잇따라 회동하면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북미 정상의 ‘센토사 합의’ 이행방안 모색작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각각 이날 방한해 문 대통령을 예방하고 강 장관과 3국 외교장관회담을 가진 것은 지난 12일의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성과를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당일 오전 청와대에서 폼페이오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6·12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미국·일본·한국인들을 비롯한 전 세계인들로 하여금 전쟁 위협, 핵 위협, 또 장거리미사일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며 “이런 것만 하더라도 엄청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6·12 북미 정상 간) 합의가 아주 신속하고 완전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앞으로 우리가 공조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오늘 함께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당일 오후 고노 외무상을 접견한 자리에서는 지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내용의 구체적 이행방안과 로드맵에 대해 한미일의 긴밀 협력을 기대하는 메시지를 냈다.
이런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3자 외교장관회담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마칠 타이밍의 시급성을 알고 비핵화를 빨리해야 함을 이해할 것으로 우리는 믿는다”고 밝혀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 및 폐기절차에 가속이 붙도록 압박을 강화할지 주목된다.
센토사 합의 이행방안과 관련해서는 우선 남북미가 상호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적대적 행위란 북한이 핵 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 등 군사 도발 등을 하지 않을 경우 한미가 대규모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사실상의 ‘쌍중단’ 방식인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4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폼페이오 장관 접견 자리에서 주한미군 주둔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으나 한미군사훈련 문제가 논의됐다고 전했다. 고노 장관도 이날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훈련 중단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이 세부사항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북 경제지원도 센토사 합의 이행방안의 일환으로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분위기다. 강 장관이 3국 외교장관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보다 밝고 번영된 미래에 대한 보다 구체적 그림을 북한에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것은 일종의 다국적 신탁기금(트러스트펀드) 등을 통한 대북경제 지원 및 투자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같은 자리에서 고노 외무상이 “일본은 (2002년 발표된) 북일 평양선언문에 따라 계속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추구할 것”이라며 “불행한 과거의 해결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고 언급한 것은 대북 전쟁배상금을 양국 간 과거사 청산과 함께 진행할 것임을 시사한 부분으로 풀이된다.
다만 비핵화 등의 범위·방식 등에 대해서는 3국 간 온도 차가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3국 외교장관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한미일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문 대통령과 강 장관 모두 대외에 공개된 자리에서 이날 CVID를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고노 외무상은 CVID 이외에도 대량살상무기(WMD) 및 모든 사거리의 탄도미사일 폐기를 공동목표라고 규정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