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문트 ‘아폴로그 애니버서리(APOLOGUE ANNIVERSARY)’
“보컬이 침 삼키는 소리, 고개 돌리는 미세한 소리까지 잡아낼 수 있습니다. 아주 고급 취미죠.”
다양한 분야에 마니아층이 있듯 스피커 세계에도 대중이 알지 못하는 두터운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제품 가격 때문에 스피커 마니아들은 ‘비싼 취미’를 가졌다는 얘기를 듣는다. 하이엔드 스피커에는 어떤 제품들이 있을까. 그들만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하이엔드 스피커 시장은 유럽 제품들이 주름잡고 있다. 대표 브랜드가 스위스 골드문트다. ‘아폴로그 애니버서리’ 제품은 가격이 6억5,000만원에 이른다. 웬만한 집 한 채 가격이다. 프랑스 포칼도 이에 버금가는 고가 브랜드다. 제품 스펙트럼이 상대적으로 고가 라인업에 집중돼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 자택에 있는 브랜드로도 잘 알려져 있다. 포칼 ‘소프라 시리즈’는 가격이 2억원에 가깝다.
포칼 ‘유토피아(Utopia) 시리즈 마에스트로 유토피아 III 에보’
스위스 브랜드 FM어쿠스틱도 대표적인 하이엔드 브랜드다. 동일한 부품 100개가 있으면 그 중 4개만 엄선해 쓸 정도로 품질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 수작업으로 제품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주문 후 6개월은 기다려야 제품을 받을 수 있다. 비틀스 등 세계적 아티스트들이 사용하는 제품이라고 전해진다. 이밖에 덴마크 다인오디오, 그리폰도 하이엔드 제품 가격이 수억원에 달하는 고급제품이다.
‘억’ 소리 나는 이런 스피커는 도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구매하는 걸까. 스피커 수입업체의 한 관계자는 “매장을 찾는 사람의 70~80%가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는 50~60대 중장년 남성들이 주요 고객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30~40대 젊은층도 하이엔드 스피커에 관심을 많이 갖는다”고 전했다.
고가 스피커를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마니아층에서는 해상력과 스테이징 성능이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해상력은 말 그대로 소리를 얼마나 ‘잘게’ 분해할 수 있는지다. 똑같은 음악이라도 일반 스피커에서는 들리지 않던 악기의 소리가 해상력이 뛰어난 스피커에서는 들린다. 스테이징 성능이 좋다는 것은 소리만 듣고도 오케스트라 내 악기 배치를 알아차릴 수 있다는 의미다.
FM어쿠스틱 ‘XA-Ⅱ B’
어떤 음색을 좋아하는지에 따라서도 브랜드 선호도가 갈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르듯 똑같은 음악을 재생하더라도 스피커마다 연출해낼 수 있는 소리의 느낌이 다르다”고 소개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