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서 ‘반미 전선’을 구축했던 주요6개국(G6·미국 제외한 G7 국가)에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가 자유무역·난민·금융정책 등에서 유럽연합(EU)과 사사건건 부딪쳐 연대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탈리아 오성운동과 연정을 구성하는 동맹 소속 잔 마르코 첸티나이오 농업장관은 14일(현지시간) 일간 라스탐파에 “정부는 의회에 EU·캐나다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 및 다른 유사 조약을 비준하지 말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CETA에 대한 회의감은 유럽 각국 정치인들이 공감하는 것”이라며 “동맹당의 민족주의적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자유무역에 회의적인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는 앞서 “정부는 시민의 권리를 지나치게 약화시키고 국내의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경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무역협정에 반대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더구나 자유무역에 회의적인 루이지 디마이오 오성운동 대표가 무역정책을 총괄하는 경제개발장관직에 있어 앞으로 EU의 무역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CETA 비준 거부도 이탈리아 정부가 현지 농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반미 연대의 최전선에 선 EU는 당혹스러운 눈치가 역력하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3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가 CETA에 공식 반대하면 각국 의회 비준을 설득 중인 EU의 노력도 무산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보호주의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캐나다와의 자유무역 연대가 흔들릴 수 있다. 일본과 중남미 등 다른 국가와의 자유무역(FTA) 체결에도 나쁜 선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15일 회담을 앞두고 난민을 둘러싼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프랑스 르몽드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치권은 마크롱 대통령이 이탈리아 정부의 난민수용 거부를 “무책임”하다고 비판한 데 격분하며 콘테 총리에게 회담 거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콘테 총리가 회담을 취소하는 강수를 두지는 않았지만 마크롱 대통령과 난민 문제를 두고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이탈리아 오성운동은 지난달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탈리아 국채 매입 비율을 줄이자 “재정정책을 수정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무역·난민·금융 등 전방위 분야에서 비판 목소리를 높이며 G6의 연대를 흔들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DNB마켓의 셰르스티 헤울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 맞설 만큼 EU가 단결하지 않을 것”이라며 “EU는 그 정도로 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