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월드컵]‘이베리아 블록버스터’ 직접 본 사람이 승자

개인 51번째 해트트릭 호날두 “내 조국 위해 혼신 다한 결과물”
스페인 코스타 2골, 페르난데스 하프발리 ‘작품’…이게 바로 월드컵

축구 팬들이 16일 2018러시아월드컵 스페인-포르투갈전을 모스크바의 팬페스트 광장에서 관전하고 있다. 대형화면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얼굴이 나오자 팬들은 휴대폰 카메라를 들었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포르투갈에 귀중한 승점 1을 안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후반 막판 동점 프리킥 득점. 호날두는 “수년간 갈고닦아 내놓은 것”이라고 했다. /소치=AP연합뉴스

승부가 나지 않은 스페인-포르투갈전의 승자는 따로 있었다. 실시간 풀타임으로 감상한 축구 팬이다.

16일 오전3시(한국시각) 킥오프한 2018러시아월드컵 B조의 이베리아 반도 이웃 대결은 축구축제 월드컵의 진미를 한 판에 꾹꾹 눌러 담은 걸작이었다. 월드클래스 셀럽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레알 마드리드)는 손가락을 휘휘 젓다 뒤로 착지하는 우아한 ‘호우 세리머니’를 세 번 펼쳤다. 스페인은 월드컵 직전 갑작스러운 감독 교체로 변수를 맞았음에도 2010남아공 대회 챔피언다운 ‘클래스’를 확인했다.


2010년 우승팀 스페인과 2016유럽선수권(유로2016) 챔피언 포르투갈은 이날 러시아 소치의 피시트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B조 1차전에서 3대3으로 비겼다. 스페인은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0위, 포르투갈은 4위다. 두 팀은 모로코를 1대0으로 이긴 이란에 이어 조 공동 2위에 자리했다.

호날두는 전반 4분 만에 자신이 얻은 페널티킥을 확실하게 차넣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20분 뒤 지에구 코스타(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수비 2명을 제치고 동점골을 넣으면서 경기장 분위기는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다. 호날두는 전반 44분 다시 한 번 날았다. 곤살로 게데스가 밀어준 공을 낮고 묵직한 왼발 슈팅으로 연결한 것. 골키퍼 정면으로 갔지만 스페인 수문장 다비드 데헤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손을 때린 공은 굴절돼 골라인을 넘었다. 후반 10분 프리킥에서의 약속된 플레이로 코스타가 득점에 성공하면서 다시 동점. 그리고 3분 뒤 나초 페르난데스(레알)의 그림 같은 하프발리 슛이 나오면서 스페인은 그대로 승점 3을 가져가려 했다. 그러나 호날두의 그 유명한 프리킥이 후반 43분에 나왔다. 그는 신중하게 숨을 골랐고 오른발을 떠난 공은 수비 머리를 유유히 피한 뒤 골문 구석으로 돌아 들어갔다. 데헤아는 가만히 서 있을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또 한 번의 ‘호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호날두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를 멈추지 않았다.

이전 세 차례 월드컵에서 13경기 3골을 기록했던 호날두는 이날 월드컵 무대에서 처음으로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33세131일의 월드컵 최고령 해트트릭이며 클럽과 대표팀을 통틀어 개인 51번째 해트트릭이다. 우베 젤러, 미로슬라프 클로제(이상 독일), 펠레(브라질)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월드컵 4회 연속 득점 기록도 세웠다.

경기 후 호날두는 “오랜 세월 동안 갈고닦아 내놓은 결과물이다. 사람들은 항상 내게 신뢰를 보내왔고 나는 내 조국을 위해 혼신을 다해 준비해왔다”며 “우리의 월드컵은 이제 막 시작됐다. 모든 것이 잘 흘러가고 있다”고 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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