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CIO 10개월째 공석

지방이전 따른 지리적 단점에
책임 막중하지만 처우는 낮아
실무담당 우수 인력 발길 돌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굴릴 양질의 인재를 찾는 데 골치를 썩고 있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0개월째 공석이고 실무를 담당하는 운용역 자리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지방이전에 따른 지리적 단점과 시중 운용사 대비 열악한 처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트라우마에 우수 인력들이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국민연금 CIO 선임 검증 작업이 두 달째 계속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이사추천위원회는 지난 4월 초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 윤영목 제이슨인베스트먼트 고문, 이동민 전 한국은행 투자운용부장 등 최종 후보 3인에 대한 검증 작업을 시작했다. 이후 이달 중순 곽 전 대표가 내정자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선임 일정 등 관련 일정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CIO는 추천위가 최종 후보자 1인을 이사장에게 추천하고 이사장은 해당 후보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임명 제청한다. 이후 복지부 장관이 이를 승인하면 CIO 선임 절차는 종료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7대 CIO인 강면욱 전 본부장이 지난해 7월 사표를 낸 후 10개월째 공석이다.

이렇다 보니 기존 후보군에서 문제가 생겼고 이로 인해 아예 새로운 인물을 선임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와 관련해 내정자로 알려진 곽 전 대표에게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국민연금 CIO는 국민연금 의사결정의 중심인 내부 투자위원회를 이끄는 자리다. 중요한 각종 결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CIO뿐 아니라 자금 운용역 모집도 애를 먹고 있다.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3월부터 1차 기금 운용역 38명을 모집 중인데 전주 근무에 따른 합격자 이탈 가능성도 있고 그간의 최종 채용률을 감안하면 실제 채용률은 절반인 20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기금운용본부 운용역의 정원은 총 278명이지만 현재 인원은 정원의 86% 수준인 240여명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이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국민들의 노후소득 보장 자산을 운용한다는 자긍심을 강조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굴린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짓누르고 있다. 특히 CIO의 임기는 2년인데 운이 좋으면 1년 연장된다. 퇴사 후에는 3년 동안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된다. 연봉은 성과급 포함해 3억원에도 못 미친다. 정치적인 일에 휘말리면 구속될 수도 있다. 운용역의 연봉 역시 관련 업계 상위 55% 수준에 불과하다. 2016년 들어 연봉이 10%가량 인상됐다지만 공공기관 특성상 처우를 업계 수준으로 맞추기는 쉽지 않다. 운용역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목표 초과 수익률을 낮추는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올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목표 초과 수익률은 0.2%포인트로 지난해 목표수익률(0.25%포인트)에서 0.05%포인트 낮아졌다. 전주라는 지리적 여건도 문제다. 지난해 2월 이전 이후 27명이 이탈했고 이전을 앞둔 2016년에는 30명이 떠났다. 운용역에 구멍이 생기다 보니 국민연금의 지난해 운용수익률은 7.2%로 행정공제회(10.9%)나 교직원공제회(7.7%)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