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탈취 없어야 벤처강국 된다] 국내엔 M&A할 만한 기업 없다? 美·中, 토종벤처에 잇단 러브콜

인코어드 수천만弗 자금 유치
씨텍은 히타치 계열사에 매각
"규제 완화·VC 등 소통場 필요"

지난 2014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모바일 광고업체 탭조이는 국내 스타트업을 400억원에 인수했다. 주인공은 모바일 게임 데이터 분석 업체인 파이브락스. 탭조이는 미래 동력 확보 차원에서 이름도 낯선 신생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인코어드는 지난해 7월 일본 최대 IT 분야 전문투자사 소프트뱅크로부터 1,1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인코어드는 2013년 최종웅 대표가 설립한 에너지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으로 전 세계 약 10만 세대에 에너지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에너톡’을 제공하고 있다. 인코어드는 2014년 조지소로스의 글로벌 투자펀드인 퀀텀스트래티직파트너스(QSP)로부터 1,100만 달러를 투자받은 데 이어 또 다시 거액의 투자금을 확보하며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전 세계 투자가들이 한국 스타트업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털(VC)과 기업들은 인수·합병(M&A)할 만한 기업이 없다고 아우성이지만, 오히려 해외에서는 국내 벤처·스타트업의 기술력을 높게 사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투자유치설명회(IR) ‘GSV랩스 이노베이션 쇼케이스’에서도 미국 벤처캐피털은 한국 기업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스마트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한 비케이테크놀로지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친환경 연구개발 사업에 선정돼 60만 달러의 지원금을 유치했고, ‘스마트 안대’를 만드는 프라센에는 에셋 벤처캐피털이 기술 전문가까지 추천하며 적극적인 투자 의사를 나타냈다. 최근엔 중국 기업들도 한국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기업의 한국 벤처에 대한 투자 규모는 2014년 4억 8,071만 달러에서 지난해 19억 7,826만 달러로 4배 이상 늘어났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이 기술 선점을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민간 M&A 시장 활성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VC의 고위 임원은 “국내 벤처 자금은 연기금과 같은 정책 자금 비중이 크다 보니 원금 손실에 대한 우려로 위험도가 높은 곳에는 투자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 등을 중심으로 투자와 M&A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며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초대 의장을 맡고 있는 김봉진 대표는 “M&A와 투자 활성화를 통해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며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한편 벤처캐피털이나 엔젤 투자자들이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과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우·백주연기자 ingaghi@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