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이 임박한 가운데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최대 31조원가량 감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를 제외하고 부진의 늪에 빠진 한국 제조업은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 수입품의 10%에 달하는 50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해당 품목의 수입이 사실상 중단된다. 이에 따라 500억달러 규모의 제품에 들어가는 한국산 중간재의 대중 수출도 중단된다고 가정하면 피해액은 282억6,000만달러(약 31조원)로 추산됐다. 세계 산업 연관표를 활용해 미국의 대중국 관세부과가 한국의 대중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 결과다. 이는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 1,421억2,000만달러의 약 19.9%, 총 수출액 5,736억9,000만달러의 4.9%에 해당하는 규모다. 품목별로는 전자장비, 정보기술(IT), 유화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미국은 다음달 6일부터 340억달러(약 37조원) 규모의 중국산 재화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160억달러 규모에 대해서는 여론 수렴을 거쳐 관세 부과를 확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경우 항공우주·정보통신·로봇공학·신소재·자동차 등 중국산 수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출이 사실상 중단된다. 이에 중국도 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중 농산품·자동차·수산물을 포함한 품목 340억달러 상당에 대해 다음달 6일부터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현재 다른 나라에 비해 부진한 수출로 고전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10대 수출국 가운데 가장 높았던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올해 1·4분기 8위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수출 규모 순위도 지난해 6위에서 올해 1·4분기 7위로 한 단계 내려왔다. 이달 들어서도 한국의 1~10일 수출액은 124억달러로 1년 전보다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중 수출마저 악화될 경우 수출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