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왼쪽 두번째)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산둥성 일대 북부전구 해군 시찰 중 핵잠수함에 올라가 군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해양 패권을 놓고 미국과 군비 경쟁에 나선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핵잠수함에 올라 잠수함 전력 강화를 독려했다. 남중국해에서 미국과의 군사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은 해양 군사력을 강화하며 노골적인 군사 패권주의를 드러내는 분위기다. 이 같은 군사력 증강은 시 주석이 집권 초기부터 밀어붙이고 있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의 연장선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7일 중국 신랑망과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칭다오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폐막 다음날인 지난 11일 산둥성 일대 북부전구 해군을 둘러보며 칭다오의 잠수함 제1기지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잠수함 기지 시찰에서 시 주석은 중국 해군 현역의 최신예 공격형 핵잠수함 093B 두 척 가운데 하나인 창정-16호 잠수함에 올랐다. 시 주석은 쉬치량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함께 잠수함 내부를 둘러본 후 승조원들에게 “잠수함은 나라의 중요한 보물이자 해상 기반의 핵 역량으로 크게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싸워 이기는 능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이 잠수함에는 항공모함 타격 능력을 갖춘 대함미사일 잉지(YJ)-18이 탑재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093B 핵잠수함은 올 4월 시 주석이 남중국해에서 치른 해상 열병식 때도 등장했던 잠수함이다.
093B 잠수함은 올해 초 동중국해 센카쿠열도 인근 해역에 진입했다가 소음으로 인해 일본 해상자위대에 발각돼 이틀간 추적당했던 중국 핵잠수함 093A의 개량형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당시 093A의 성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소음을 줄인 개량형 개발에 착수했다. 중국 군당국은 오는 2020년대에는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인 차세대 잠수함 095형을 취역할 계획이다. 시 주석은 잠수함 시찰에 이어 북부전구 군 장성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항공모함과 해군 항공병(함재기) 전력의 강화도 주문했다. 미국과의 해양 패권을 놓고 주도권 다툼을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핵추진항공모함 건조 계획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2월에는 처음으로 자체 개발에 성공한 무인함정 동원 훈련도 실시했다. 베이징 군사 전문가들은 핵잠수함 건조기술을 보유한 중국이 현재 핵발전 엔진을 탑재한 항공모함 개발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연구개발 지원에 힘입어 2025년까지는 관련 기술 개발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중화권 매체들은 중국 화중과기대학이 개발에 성공한 무인함정 ‘허스터-68’을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 투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해양에서 미국과 대등한 군사력을 확보하기 위한 속내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은 시 주석의 해군 시찰과 맞물려 최근 남중국해에서 방공요격 훈련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군망에 따르면 중국군은 최근 남중국해 해역에서 3대의 표적 무인기가 각기 다른 고도와 방향에서 동시에 편대 상공으로 침범해오는 상황에 대한 훈련을 벌였다. 중국군 전문가들은 중국이 점유하고 있는 남중국해 인공섬을 상대로 한 미사일 공격을 가정한 훈련이며 미국과 통상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려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핵항공모함과 핵잠수함 개발 등 해양 패권을 겨냥한 군사력 강화에 나서는 것은 일대일로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고 본다. 내륙의 실크로드와 함께 동남아를 경유해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21세기 해양 실크로드를 동시에 구축하기 위해서는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군의 확실한 패권을 유지해야 하고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미국과 대등한 군사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르면 2025년, 늦어도 2030년까지 핵추진항모 2척을 포함해 동해·북해·남해 함대에 각각 2척, 총 6척의 항모를 보유할 계획이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