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충남 서산 공장 내 전기차 배터리셀 생산라인.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중국 정부의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년여 동안 지속된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금한령’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긴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하지 못했던 국내 배터리 기업들 역시 기대감을 높이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화신식부가 다음달 초 발표하는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 SK이노베이션(096770)의 배터리셀을 사용한 전기차 배터리를 탑재한 베이징 벤츠 차량이 포함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다음달 초 발표되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명단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벤츠 차량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차량은 지난 5월 말 중국 정부로부터 형식승인을 받은 바 있어 국내 전기차 배터리로는 처음으로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형식승인은 중국에서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신청하기 전 통과해야 하는 필수 과정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갈등으로 경색된 한중 관계가 올 들어 해빙 무드로 바뀌면서 최근 전기차 배터리 업계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시진핑 주석 특사로 방한한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지급에 대해 “구체적 성과”를 언급한 바 있으며 지난달에는 한국의 배터리 3사 중국 법인이 중국 자동차공업협회로부터 첫 번째 전기차 배터리 우수인증업체 명단(화이트리스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중국 투자 등도 활발해지고 있다. LG화학(051910)은 최근 중국자동차공업협회·국련자동차연구원과 자동차 배터리 기술 관련 전략적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중국에 설립한 배터리 자회사를 통해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에 투자했으며 현재 생산 중단 중인 중국 베이징자동차와의 배터리팩 제조사 합작회사인 ‘BESK’ 재가동도 저울질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 업체의 배터리를 사용한 자동차는 보조금 지급에 대한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형식승인신청 등 특별한 조처도 취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에 보조금이 지급되면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한령 해제를 언급하는 것은 이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이번 베이징 벤츠 차량에 대한 보조금 지급 역시 한국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독일 기업에 대한 조처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정책이 궁극적으로 중국 배터리 기업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중국 기업이 확고한 기반을 마련하지 않은 만큼 당장 금한령 해제는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부분적인 규제 완화로 한국 기업의 불만을 줄이면서 실제로는 중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한 2020년까지 현 체제를 끌고 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