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101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은 고려 시대 지광국사 해린(984∼1070)의 사리를 모신 탑으로 1085년 건립됐다. 국보 제59호인 지광국사탑비와 함께 강원도 원주 법천사터에 있었다. 탑의 사연이 기구하다. 일제 치하이던 1911년 일본인에 의해 탑이 해체돼 서울로 옮겨졌고 이듬해 여름 일본 오사카로 반출됐다. 다행히도 한국으로 돌아와 1915년 경복궁에 자리를 잡았으나 이후에도 수차례 해체와 재건이 이뤄졌다. 심지어 한국전쟁 때 포탄을 맞아 부서졌는데 1957년 치밀한 고증 없이 급하게 복원됐다. 지난 2016년 탑이 완전히 해체돼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복원과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일반적으로 통일신라 이후의 탑은 8각이 기본형인데 반해 이 탑은 전체적으로 4각인 새로운 양식을 보여준다. 바닥 돌은 네 귀퉁이마다 용의 발톱 같은 조각을 둬 땅에 밀착된 듯한 안정감이 느껴진다. 원래 기단 네 귀퉁이에 사자상이 있었으나 탑과 분리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해왔다. 기단부만 7단인데 그중 맨 윗돌은 장막을 드리운 것처럼 돌을 깎아 엄숙함을 풍긴다. 탑신에는 앞뒤로 문짝처럼 새겨 사리를 모시는 곳임을 표시하고 있다. 네 모서리가 날렵하게 치켜 올라간 지붕돌과 밑면에 조각된 불상과 보살·봉황 등이 돋보인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양식에 따라 만들어졌는데도 장식이 정교하며 혼란스럽지 않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