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불예금 두 달 새 7조원 이탈...예·적금으로 이동

금리인상 후폭풍에 머니무브 본격화
4대 시중은행 5월 304조원
MMF 등 단기상품으로 몰려


4대 시중은행의 핵심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이 두 달 새 7조원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정기예금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시작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0.1%포인트의 금리차이에도 부동자금이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부에서는 경기침체와 가처분소득 악화가 요구불예금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합은 지난 5월 말 기준 304조9,355억원으로 3월 말(311조1,548억원)보다 7조원 축소됐다. 1월 말 300조원까지 떨어졌다가 3월에 정점을 찍고 다시 줄어드는 추세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낮아 금리 상승기에는 매력이 떨어지는데다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국내 금리가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예적금이나 변동성에 대비하는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성 금융상품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 3월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을 계기로 특판이기는 하지만 국내 은행이 내놓은 정기예금과 적금 상품 중에는 최고금리가 각각 최대 3%·4%대에 달하는 것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년동기 대비 평균 0.5%포인트가량 예금금리가 상승한 만큼 예적금이나 MMF로 자금이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저금리로 금리 매력이 없던 예적금 상품들이 최근 금리 인상과 함께 부각되면서 요구불예금도 단기 예적금으로 급격히 몰렸다는 분석이다.

연초에는 설 보너스 등으로 유동성 통장에 잔액이 쌓이는 반면 5월 가정의 달과 휴가철을 맞아 5~6월로 갈수록 소비성이 강해지는 계절적 영향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일부의 해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경기침체와 가처분소득 악화의 영향으로 가계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요구불예금이 줄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실제 KB국민은행의 경우 3월 말 법인 요구불예금은 23조6,166억원에서 5월 말 23조4,811억원으로 완만했으나 개인은 70조6,259억원에서 69조2,248억원으로 1조4,000억원이 줄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2012년부터 5~6년간 요구불예금이 계속 늘어왔는데 최근 줄어든 것은 가처분소득이 줄어 가계 사정이 나빠진 영향도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4대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은 전년 대비 8%가량 증가했다. 은행들의 1·4분기 실적이 개선된 데도 핵심저원가성 예금 증가가 한몫을 했다. 요구불예금은 저축성예금과 달리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한 상품으로 0.1% 수준의 저금리다. 주로 급여통장이나 각종 공과금 이체 통장으로 사용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자를 거의 물지 않으면서도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예대마진 개선에 도움이 되는 핵심저원가성 예금으로 분류된다. 시중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무조건 요구불예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대출은 긍정적일 수 있지만 수신 측면에서의 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식이나 부동산시장으로 요구불예금이 흘러갔을 가능성에 대해 황 연구위원은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고 횡보세가 이어졌으며 부동산시장은 정부 규제의 영향으로 거래가 급감해 주식과 부동산으로 빠졌을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황정원·김기혁기자 garde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