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유한양행,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맞손'

매출 1·2위가 경쟁 대신 협력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로 주목

허은철(왼쪽) GC녹십자 사장과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이 18일 경기도 용인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에서 희귀의약품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후 미소짓고 있다. /사진제공=GC녹십자
국내 제약업계 매출 1, 2위 제약사인 유한양행(000100)과 GC녹십자가 희귀질환 신약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업계 선두를 다투던 기업들이 경쟁 대신 협력을 선택한 결과가 어떤 상승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GC녹십자와 유한양행은 19일 고셔병 등 희귀질환 치료제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가 공동으로 의약품 개발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사는 우선 기존보다 복용하기 편하고 효능도 높인 차세대 경구용 고셔병 치료제를 개발하기로 했다. 고셔병은 몸속 특정 효소가 부족해 간과 비장이 기형적으로 커지고 빈혈과 혈소판 감소 등을 일으키는 희귀 유전성 질환이다. 양사의 협력 범위는 신약 가능성이 있는 후보 물질 도출부터 동물실험 단계다. 임상시험 등의 이후 단계에 대해서는 차후 논의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희귀질환 환자에게 더 많은 치료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해 이번 협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희귀의약품이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도 높게 봤다.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은데다 신약 개발은 어려워 제약사들의 관심이 낮은 분야지만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 등 인허가 기관에서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규제의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약값도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해주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인식이 바뀌는 추세다.

제약업계는 선두 기업 간의 협력이 국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뤄진 개방형 혁신은 제약사-벤처기업, 제약사-연구기관 등 경쟁 대상으로 보기 어려운 기업·기관들 간의 협력이 주를 이뤘다. 이번처럼 경쟁 관계에 있는 상위 제약사들 간의 협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드문 사례로, 더 좋은 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누구와도 협력할 수 있다는 모범을 보인 셈이다.

허은철 GC녹십자 사장은 “두 회사가 각기 다른 연구개발 특색을 가지고 있어 상호 보완 작용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 역시 “양사의 이번 협력으로 국내 연구개발 분야가 진일보하는 것은 물론 ‘누구나 건강한 사회’를 지향하는 제약업의 본질을 살릴 수 있는 좋은 본보기로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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