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미주와 유럽을 방문하는 고객이 30일간 데이터를 3만~6만원 정도에 이용할 수 있는 ‘미주패스’와 ‘유럽패스’를 이달 출시했다. /사진제공=SK텔레콤
KT는 해외 음성통화 요금을 국내와 같이 1초당 1.98원을 적용하는 ‘로밍ON’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캐나다 방문객 대상으로 서비스 중이다. /사진제공=KT
LG유플러스는 데이터 제공량과 속도에 제한을 두지 않는 ‘속도·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로밍 요금제’를 지난달 출시했다. /사진제공=LG유플러스
해외에 나가면 먹을 것, 자는 곳 등 불편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스마트폰을 마음대로 쓰지 못한다는 점도 손에 꼽히는 불편요소 중 하나다. 해외 데이터 이용 요금이 국내 보다 수십 배 이상 높기 때문에 무료 와이파이존을 찾아다니는 경우가 흔하며 한국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무턱대고 끊는 일도 잦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도 ‘옛일’이 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최근 이통사들이 통신요금을 낮추며 모바일 해외여행객을 잡기 위해 다양한 로밍 상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여름 해외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일일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거나 음성통화료를 국내 수준으로 낮추는 등 업계 간 경쟁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국내 1위 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017670)은 미주와 유럽을 방문하는 고객이 30일간 데이터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미주패스’와 ‘유럽패스’를 이달 초 출시했다. 미주·유럽 패스는 각각 미주 지역 15개국, 유럽 지역 44개국에서 30일간 이용할 수 있다. 미주패스는 데이터 3GB(3만3,000원)와 6GB(5만3,000원)를, 유럽패스는 데이터 3GB(3만9,000원)와 6GB(5만9,000원)를 각각 제공한다. 기존 일일 요금제 대비 요금 부담이 절반 수준도 채 되지 않는다. SK텔레콤은 또 미주·유럽·아시아·한중일 패스를 이용하는 만18∼29세 고객에게는 데이터 1GB를 추가로 제공하는 등 배낭 여행객 잡기에도 힘쓰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부터는 자사 고객에게 별도 가입 절차 없이 △하루 3분 무료 음성통화 △초 단위 통화 과금 △데이터 상한 5,000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기존 1MB 당 4,506원인 데이터 로밍 요금 또한 88%가량 낮춰 563원에 제공 하고 있다.
KT(030200)는 해외에서 음성통화 요금을 국내와 똑같이 1초당 1.98원을 적용하는 ‘로밍ON’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캐나다 등 5개국 방문객에게 제공 중이다. 지난달 처음 도입된 로밍ON 서비스는 기존 대비 음성 통화요금을 95% 가량 낮춘 것이 특징으로 내년에는 전 세계 주요 지역 대부분에서 관련 서비스를 선보인다. 로밍ON은 별도 신청하지 않아도 모든 KT 가입자에게 자동 적용된다. KT는 또 이달부터 200kbps 속도로 로밍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는 ‘데이터로밍 하루종일 톡’의 하루 이용료를 7,700원에서 3,300원으로 대폭 내렸다. KT는 이외에도 블록체인을 활용해 통신사 간 로밍 요금을 실시간으로 정산하는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향후 요금의 추가 인하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요금 정산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줄어 요금 인하 여력이 생긴다.
LG유플러스(032640)는 지난달 ‘속도·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로밍 요금제’를 내놓으며 로밍 여행객 끌어모으기에 적극 나섰다. 해당 요금제는 중국·일본·미국 등 주요 37개국에서 하루 1만3,200원에 모바일 데이터와 테더링을 무제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데이터 용량은 물론 속도 제한(QoS)까지 없는 해외 로밍 상품을 내놓은 곳은 LG유플러스가 유일하다. 이번 상품 혜택 중 무제한 테더링 기능이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이용 고객은 모바일 데이터를 가족·친구 등 동행자와 함께 쓸 수 있고 다른 통신사 가입 고객도 이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로밍 상품을 4명이 이용할 경우 하루 4만4,000원이 들었으나 해당 상품에 가입해 4명이 데이터를 공유한다면 하루 1만3,200원밖에 들지 않는다.
LG유플러스는 또 ‘맘편한 데이터팩’ 로밍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도 최대 30% 늘렸다. 기본 제공량이 3일 데이터(2만4,200원)의 경우 1.5GB 에서 2GB로, 5일 데이터(3만6,300원)는 2.5GB 에서 3GB로 각각 확대했다. 또 10일 데이터(4만9,500원)는 3GB 에서 4GB로, 20일 데이터(6만500원)는 4GB에서 4.5GB로 각각 데이터 제공량이 늘어나 데이터 고민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외에도 7일간 4만2,900원에 3.5GB를 제공하는 상품이 신설돼 로밍 상품 라인업이 한층 강화됐다.
다만 현지 유심칩을 구입해 갈아 끼우는 번거로움을 감당할 수 있다면 현지 유심칩 이용이 훨씬 저렴하다. 유럽 지역의 경우 유심칩을 이용하면 한 달 3만4,000원가량에 12GB 데이터 이용이 가능하며 미국 또한 3만~6만원 정도면 한 달 가량 무제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현지 로밍 이용 시 카카오 계정이 아닌 휴대전화 번호로만 카카오톡에 가입한 이용자는 카카오톡 관련 데이터가 초기화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중·일 3국 간 로밍요금 인하 방안이 추진되는 등 어느 때보다 로밍 요금 인하 움직임이 발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며 “외국 현지에서 모바일 지도 활용이나 맛집검색을 위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로밍 이용 고객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