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볼쇼이영표’ 중/사진제공=KBS
한국팀이 출전한 러시아월드컵이 개막한지 한 주가량 지났지만 국내 축구 팬들의 열기가 영 예전만 못하다. 사람들의 관심은 식다 못해 싸늘할 정도다. 서울경제신문이 20일 기준으로 지난 1주일간 구글의 ‘월드컵’ 검색량을 구글 트렌드로 분석한 결과 한국의 월드컵 관심도는 전 세계 81개국 가운데 76위로 나타났다. 월드컵 진출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보다 낮은 순위의 국가는 핀란드, 터키, 체코 등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한 국가들이었다.
한창 월드컵 특수를 누려야 할 가요계와 방송계에서마저 ‘월드컵 패싱’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날 국내 주요 음원 차트에서 축구 국가대표팀의 응원가는 찾아볼 수 없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30여개 팀이 응원가를 내놓은 것과 대조적이다. 방송가도 마찬가지다. 월드컵 특집 예능프로그램은 KBS 2TV에서 선보이는 ‘볼쇼이영표’와 TV조선의 ‘축구의 신’정도가 전부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 MBC ‘무한도전’에서 응원단 특집을 진행하고 SBS ‘힐링캠프’에서 ‘이경규가 간다’를 방영한 것과 상반된다.
한국 축구대표팀 수비수 김영권(왼쪽)이 18일 스웨덴과의 2018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마르쿠스 베리의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아내고 있다. /니즈니노브고로드=연합뉴스
‘월드컵 패싱’의 가장 큰 이유로는 월드컵 대표팀에 대한 낮은 기대감이 꼽힌다. 지난 18일 대표팀은 스웨덴과의 월드컵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유효슈팅 0개라는 처참한 결과를 보여주며 패배했다. 스웨덴 보다 전력상 한 수 위로 평가되는 독일, 멕시코 전에 대한 기대도 사실상 접은 상황. 게다가 브라질월드컵의 잔상도 뚜렷하다. 방송사들은 지난 브라질월드컵 당시 현지에서 촬영에 나서며 월드컵 특수를 노렸지만 저조한 대표팀의 성적으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무한도전 ‘응원단 특집’은 8년 만에 시청률 한 자리 수를 찍은 역대 최악의 특집으로도 꼽힐 정도다.
북미정상회담,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외교적 이슈도 영향을 미쳤다. 방송사에서 챙겨야 할 대형 이벤트가 잇따라 벌어지며 자연스럽게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는 평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표팀이 죽음에 조에 들어갔던 만큼 기대치가 많이 낮아진 상황”이라며 “게다가 현재 예능계가 종편 및 케이블의 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져 확실한 시청률이 보장되지 않는 월드컵 특집을 할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스포츠를 즐기는 방식의 변화도 ‘월드컵 패싱’을 불렀다. 국가·팀 중심으로 스포츠를 바라보기보다는 개개인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이전에는 가족·직장 동료들이 모여 ‘대한민국’ 팀을 응원하는 방식으로 스포츠를 즐겼다면 이제는 개개인이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으로 특정 선수의 라이프스토리 등을 탐구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고 밝혔다. 평창동계올림픽과 월드컵의 흥행 차이 역시 이 점에서 나왔다고. 이 교수는 “‘영미’, ‘윤성빈’, ‘김보름’ 등 선수 개개인에 주목할 수 있는 평창동계올림픽은 ‘팀 대한민국’에 주목해야 하는 월드컵보다 현재의 트렌드에 잘 맞았다”며 “현재 예능프로그램에서 ‘월드컵 특집’ 대신 박지성 등 해설위원들을 게스트로 초대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 설명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자료제공=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