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9일(현지시간) 유엔인권이사회 탈퇴 결정을 발표했다. 사진은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뉴욕=AFP연합뉴스
미국이 19일(현지시간) 유네스코에 이어 유엔인권이사회(UNHRC)도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두 번째 유엔 기구 탈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함께 미국의 유엔 인권이사회 탈퇴 결정을 발표했다. 유엔인권이사회가 이스라엘을 배격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미국은 유네스코 탈퇴 당시에도 유네스코의 반 이스라엘 성향을 문제 삼았다. 헤일리 대사는 “인권이사회가 이스라엘에 대한 고질적 편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스라엘에 대한 이사회의 지속적이고 문서화된 편견은 부끄러워할 만하다”면서 이사회는 창설 이래 세계의 다른 모든 나라에 대해 한 것보다 더 많은 규탄 결의안을 이스라엘에 대해 채택했다고 강조했다. 헤일리 대사는 지난해 미국 유엔대사로는 처음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인권이사회 본부를 찾아 회원국들이 이스라엘에 배타적이라고 비판하면서 “계속 참여할지 고려 중”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인권이사회가 미국이 요구한 개혁안을 실천하지 못한 점도 탈퇴의 이유가 됐다. 미국은 중국, 베네수엘라, 쿠바, 부룬디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인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불만을 드러내왔다. 이에 지난해 미국은 이사회 회원국의 빈자리를 채우고 인권침해 국가는 이사회에서 제명하는 내용의 개혁안을 제출했으나 별 성과를 얻지 못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인권이사회의 행태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기도 했다. 그는 너무나 오랫동안 인권이사회는 인권을 침해하는 자들의 보호자였고 정치적 편견의 소굴이었다며 “세계에서 가장 비인도적인 정권들이 계속 조사를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헤일리 대사는 인권이사회가 미국이 요구한 개혁을 이행한다면 재가입 의사가 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인권이사회가 인권을 옹호하는 데 형편없었다며 “더 나쁜 것은 이사회가 세계 최악의 인권 침해가 무시되는 뻔뻔한 위선의 활동이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몇몇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국들이 이사회에 앉아 있다”면서 “중국, 쿠바, 베네수엘라와 같은 명확하고 혐오스러운 인권 기록을 가진 독재 정부들이 회원국에 포함돼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이번 인권이사회 탈퇴는 유엔인권이사회 회원국 지위를 자발적으로 포기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7년 전 리비아가 회원국 지위를 잃었지만 강제로 쫓겨난 것이었다. 이번 탈퇴로 미국은 ‘미국 우선(America First)’의 기치 아래 주요 국제기구와 협정에서 발을 빼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세계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 유네스코 그리고 이란핵합의(JCPOA)를 탈퇴한 바 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미국의 인권이사회 탈퇴에 대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이 유엔인권이사회에 남는 것을 더 선호할 것”이라면서 유엔 인권 기구는 세계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유정인턴기자 wkd1326@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