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人]포스코 막후조종? 우리금융 회장? ...'王의 남자' 변양균 어깨 펴나

고용·소득분배지표 최악성적에
장하성 실장 사퇴설까지 맞물려
卞 '기업혁신 성장론' 수면위로

지난 2007년 4월 17일 문재인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변양균(오른쪽) 정책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밀어붙이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자 변 전 실장이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해 5월11일,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이정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이 임명되자 세종시 관가는 ‘변양균’이라는 이름 석 자로 들썩였다. 7급으로 공직을 시작하고 대선 캠프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이 비서관이 임명된 배경에는 ‘노무현의 남자’로 참여정부 때 정책실장이자 18·19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도운 변양균 전 실장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 변 전 실장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11일 임명),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21일), 반장식 일자리수석(7월3일)이 잇따라 지명되자 변 전 실장은 대중에 모습 한 번 드러내지 않고도 막후 실세로 급부상했다. 과거 ‘신정아 스캔들’과 ‘제2의 참여정부’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 전면에 나설 수는 없지만 뒤에서 위세를 드러낼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당시 기재부 과장급 이상 직원이라면 너나없이 변 전 실장이 출간한 ‘경제철학의 전환’이라는 책을 하나씩 사 들고 빼곡히 메모해가며 달라질 경제정책 기조를 가늠하려 애쓰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대통령의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것일까. 이후의 흐름은 사뭇 달랐다. 금융권 인사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대거 포진돼 변 전 실장의 위세는 주춤했다. 대표적으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최종구 금융위원장, 채용청탁 문제로 물러난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 등이다. 시장에서는 경제·금융계 실세는 장 실장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했으며 변 전 실장의 이름은 잊혀 갔다. 변 전 실장은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듯 지난해 11월 국제통화기금(IMF) 워킹페이퍼에서 종신고용 관행 탈피, 수도권 규제 완화에 따른 개발이익 공유 등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비판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장 실장과 김 경제부총리는 ‘경제 투톱’임에도 같은 자리에 함께하기를 서로 꺼릴 정도로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게 결국 장 실장과 변 전 실장 간 갈등의 대리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그랬던 변 전 실장이지만 최근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 문제를 두고 오랜만에 등장하며 다시 어깨를 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 대외협력팀장 출신인 정민우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집행위원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변 전 실장이 포스코 안팎과 결탁해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시절 넘버 3를 복귀시키고 이를 통해 상왕으로 등극하려 한다는 말이 돌고 있다”며 “심지어 모 사외이사를 뒤에서 조정한다는 말도 나온다. 변 전 실장이 제대로 말을 해줘야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변 전 실장을 지목했다. 정치권에서는 바른미래당이 4일 “장 실장이 특정 인사를 포스코 회장으로 임명할 수 있게 협조를 요청했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한 후 장 실장이 힘을 못 쓰자 변 전 실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우리은행지주 차기 회장으로 변 전 실장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절묘하게도 지금은 장 실장의 입지가 크게 좁아지는 시점이다. 본인이 강력 부인하기는 했지만 사퇴설이 불거졌고 최근 고용, 소득분배지표가 최악을 기록하면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이 같은 다툼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참여정부 때도 관료 출신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간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먼저냐’ 등 지루한 공개 설전으로 엇박자 논란이 많았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미중 무역갈등 등 대내외 경제여건이 크게 안 좋아지는 상황”이라며 “노선갈등을 할 여유가 없으며 하루빨리 갈등을 중재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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